매일신문

이회창 비난 삐라 본격 수사,부인했던 대구경찰청장 '머쓱'

경찰이 한나라당 대구집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대구백화점 주변에 이회창총재를 비방하는 전단 수천매가 뿌려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구경찰청은 2일 지난달 29일 오후 3시쯤 중구청 환경미화원 임모(30)씨가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부근에서 '반통일, 반민족적 행각을 보이는 이회창은 민족의 심판을 받을 것'이란 내용에 가로 13cm, 세로 19cm 크기의 전단 수천매를 발견, 20리터 쓰레기봉투에 담아 다사 쓰레기소각장에 보낸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청소차량에 남아있는 전단 3매를 확보, 안기부, 기무사 등과 합동으로 상인, 행인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국내 좌익세력이나 북한측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전단의 인쇄재질이 조잡하고 연녹색과 주홍색 종이를 쓴 점에 미뤄 북한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달 14일 서울 신라호텔 주변에서 발견된 이총재 비방 유인물은 북측에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전단과는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한편 민승기 대구경찰청장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 "대구에 전단이 뿌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한나라당이 엉터리 주장을 해 경찰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강력대응 입장을 밝혔다가 뒤늦게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朴炳宣기자 lala@imaeil.com

#한나라, 전단 실체 뒤늦게 확인되자 공세강화

이회창 총재를 비난하는 불온 전단의 실체를 두고 경찰과 공방을 벌였던 한나라당은 2일 전단이 뒤늦게 발견되자 '거짓말 정권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대여공세에 나섰다.

29일 오후 뿌려졌다는 전단에 대한 수색 작업에 나선 경찰과 한나라당은 2일 오전 대구백화점 주변에서 전단 3매를 수거한데 이어 같은날 북구 홈플러스 주변에서도 봤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2일 "경찰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고 볼온전단 사건만 터지면 쉬쉬하며 체제전복을 꾀하는 불순세력의 망동을 눈감아 주는지 밝히라"며 "경찰청장은 정식으로 사과하고 배후세력을 색출하라"고 주장했다.

2일 오전까지 중앙당 발표에도 불구 전단의 실체를 확인치 못해 '속앓이'를 하던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와 중구지구당 백승홍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시지부 박방희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자작극'이란 주장을 편 민주당에 대해 "명백한 물증이 있는 사실을 두고 자작극 운운하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 백 의원도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한심한 작태나 우리당의 자작극이란 민주당 발표는 거짓말과 뒤집어 씌우기를 생활화하는 김대중 정권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정권인가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백화점 주변에 전단 7천매가 뿌려지고 1천매가 도로바닥에 붙여져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아직도 일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李宰協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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