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 마라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자에게 주어지는 월계관은 영광의 상징이다. 왜 사람들은 달릴까.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달리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마라톤은 인생'이라는 명제만큼 정확한 해답의 열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오직 달려본 자들만이 알 수 있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혹은 자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택시 운전사에서 독일 외무장관에 오른 요쉬카 피셔. 피셔의 자신을 향한 달리기의 기록인 '나는 달린다'(선주성 옮김·궁리 펴냄)는 절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뚱보 피셔라는 한 사람이 달리기를 통해 자기 개조에 성공한 이야기를 인생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담담하고 솔직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이 자서전은 독일에서 출간 2주만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명 정치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통과 좌절 속에서 자기 합리화에 능숙했던 한 뚱보가 어떻게 자신을 극복하고 일어나 날렵한 수행자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푸줏간집 아들로 태어나 청소년기 가출과 노숙으로 방황한 피셔는 고교 중퇴의 학력과 택시 운전사라는 보잘것없는 경력에도 불구 1983년 35세에 녹색당 소속으로 연방의회 의원이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핸드볼과 축구, 사이클 등 다양한 운동으로 날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85년 헤센주 환경부 장관으로 공직에 취임하면서부터 그의 몸무게는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반핵 정당인 녹색당 출신의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환경부 장관으로서 그는 산적한 문제에 대해 압박감과 책임감, 스트레스를 참기 힘들었다. 어디에도 탈출구는 보이질 않았다. 자신을 공격하는 여러 요소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장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결국 112kg이라는 무시무시한 몸무게를 가진 이상한 모습이 되었다.
결혼 생활이 깨진 것 말고도, 개인적인 생활태도, 외모, 생각까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이었다.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완벽한 변화를 시도하든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드디어 그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과감한 결단과 끈기있게 지속할 능력, 철저히 현실에서 출발할 것, 인내 등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것에 기초해 세 가지 기본 수칙을 만들었다. "너 자신을 기만하지 말라" "항상 너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일은 피하라" "결코 포기하지 말라!" 였다.
이른 아침 기자들의 눈을 피해 연방정부 건물 주변을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계속 이어지는 단조로운 발걸음 속에서 자신의 육체에 대해 느끼고, 자연과 교감하고 고통의 단계 이후에 머릿속이 깨끗하게 빈 것 같은 느낌을 체험했다. 또 어떤 때는 달리면서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자아 속에서 커다란 조화를 이루며 결합하게 된 것이다.
1996년 여름 개인적인 위기를 겪은 지 1년 9개월만인 그의 나이 50살에 피셔는 그의 첫 번째 마라톤대회인 함부르크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한다. 살빼기에서 출발한 그의 노력의 결과는 엄청났다. 완전히 다른 계획과 생활 습관, 목표의식, 그리고 흔들림없는 훈련과 수많은 인내, 계속할 수 있는 끈기 등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의 완전한 변화, 완전한 개혁을 이루게 한 것이다. 현재 독일 연방공화국 부총리겸 외무부 장관,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 1위 요쉬카 피셔. 22세 연하의 신부와 네 번째 결혼으로 또 한번 화제를 뿌린 그에게 달리기는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는 자아여행이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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