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노동당 초청 '각계 딜레마'

◈정부

북한의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 초청 서한문제를 놓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초청장을 받은 정당, 사회단체의 방북을 승인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경우 보수세력의 비난이 걱정되고 거부는 곧 진보진영으로 부터 반감을 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초청 대상자인 각 정당, 단체별로 찬반입장이 갈려 있는 마당에 아직은 정부가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방북 승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부측은 "화해와 협력으로 치닫는 남북관계와 북측 노동당 창건 행사 참석에 대한 국민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북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반반이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당국자는 "언론이 방향을 잡아 달라"고 할 정도다.

정부측으로서는 북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과 거부하는 것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북측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향후 우리측 행사에도 북측을 초청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 그렇지만 북의 초청을 통일전선 구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여당인 민주당도 '시간상의 이유'로 불참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이같은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현재의 남북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초청 거부 이유를 완곡하게 북측에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정치권

북한이 3일 판문점을 통해 남한의 정당·단체들과 각계 인사들을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10일)에 초청하는 편지를 전달한 데 대해 여야 모두 거부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바쁜 국회 일정'을 이유로 완곡하게 거부입장을 밝혔으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남북화해협력교류추진특위 위원장인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국회가 내주중 정상화되면 처리할 일이 많고, 특히 의원들이 국정감사 등에 매달리면 시간내기가 힘들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시일도 촉박하니 준비기간을 거친 뒤 다음 기회에 (참석을)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남북화해를 위한 순수한 몸짓이라기보다는 남한내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념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상투적인 제정당·단체 연석회의 제안에 현혹돼서는 안되고 지금은 정부간 접촉이 필요할 때"라며 "정부는 중심을 잡고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 현안부터 해결하자고 북한에 역제의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자민련 장 일(張 日) 부대변인도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이 이미 '지금은 정당대표를 축하사절로 보낼 시점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교류라면 몰라도 정당 차원에서 축하사절을 보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55돌에 즈음하여 남측 정당과 단체 및 개별 인사들을 평양에 초청한데 대해 민간단체들은 3일 오후 대부분 환영하며 이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북측의 이번 초청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 장을 연 6·15남북공동선언 취지에 맞는 것으로 여·야를 막론한 정당 및 각 단체들의 호응을 촉구했다.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남본)은 민경우 사무처장은 "북한의 초청은 6·15선언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남북 각계 각층의 교류및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박세길 정책위원장은 "6·15 선언의 실천을 위해 정부와 여당만이라도 이에 적극 응하기를 바란다"며 "남측 정당 사회단체의 북한 방문은 남북화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정상회담 이후 호전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한 차원 승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영제 통일국장은 "야당과 보수 언론의 반발이 거세지만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부가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쟁 위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정상회담 이후 서서히 호전되고 있는 이 때 북측의 이번 제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측 통일 운동을 대표하는 이들 세 단체 외에도 경실련 통일협회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도 정부가 대승적으로 이 문제를 풀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초청장이 온다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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