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범죄 해결 비용

'나는 범죄에 기는 경찰'이라는 표현은 미궁에 빠진 범죄에 대한 개탄의 소리다. 첨단장비까지 동원한 범죄수법과 기동력을 비교할 때 결과적으로 굼뜬 경찰수사력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 결코 완전범죄는 없다는 게 경찰의 소신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바람이지만 어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날로 다양해지는 범죄에 대응해 수사기법의 개발이나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범죄의 발생 빈도는 줄어 들지 않는다.

범죄발생 평균시간을 나타내는 '범죄시계'는 갈수록 빨라져 폭발하는 경찰수요를 나타낸다. 지난 96년 경우 22초당 1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년뒤인 98년에는 18초당 1건의 범죄가 발생해 그동안 '범죄시계'가 4초나 빨라진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올해나 지난해의 정확한 범죄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추세로 미뤄볼 때 범죄발생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5대범죄 해결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범인 한명을 잡는데 돈은 얼마나 들고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비싸다는 게 결론이다. 최근 서울 성북경찰서가 조사한 결과 형사 한명이 강도 한명을 잡는데 드는 비용이 평균 564만671원. 공조수사 등을 감안하면 비용수치는 더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첩보비용도 만만찮다. 정보과 형사들이 범죄첩보를 수집하는데 쓴 비용은 한건당 평균 6만558원으로 집계됐다. 범인을 잡는 시간도 예상외로 많이 걸렸다. 한명을 잡는 평균 기간은 70일. 낭비요인과 허둥댄 세월에 대한 비판도 있을 법하다.

이제는 공무원들의 효율적인 업무수행 등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구조조정을 할 일이 아니라 정밀한 분석에 이은 판단으로 최소한의 구조조정과 적절한 배치가 아쉽다. 업무개선도 생산적인 비용 산출을 근거로 삼으면 금상첨화다. 생산성 개념의 도입을 위한 작업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업무의 낭비요인의 제거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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