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오늘 제554회 한글날을 맞아 검사와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글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우리글 바르게 쓰기' 시험을 치러 화제다. 띄어쓰기와 철자법, 표준어, 외래어 표기법 등 국어 전반에 걸쳐 50문항을 통해 평가, 최우수.우수상을 받은 사람을 '공문서 바르게 쓰기 점검관'으로 지정해 교정 역할을 맡길 모양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볍게 지나칠 일은 절대 아니다. 그간 법조계의 공문서에 오류가 얼마나 많았는가 하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한자법률용어를 많이 쓰는 법조계뿐 아니라 한글이 홀대받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의 정부 홈페이지에서 한자와 국적 불명의 단어들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한자나 외국어.외래어를 많이 써야 근엄하고 유식하며 고상하고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 크게 늘어나는 느낌이다.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외국어는 물론 '피자(피디+기자)의 아침' '토커넷(토크+인터넷)' 등 국적 불명의 조어들을 남용한다. 회사 이름과 거리의 간판, 인기 가수들까지 예외는 아니다. 가수의 경우 'H.O.T' 'S.E.S' '핑클' '클론' '클레오'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이런 말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다. 한 나라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정신세계의 뿌리다. 한글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국민들은 한글에 대한 사랑과 계승.유지.발전에 관심과 노력이 흐려지고 있는 현실은 부끄럽다. 외국어의 효용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화 시대에도 국적 있는 정신문화의 미래를 위해 우리말과 그것에 조화된 한글은 소중한 문화자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글날을 단순히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리는 날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날을 맞으면서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이상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말과 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다지고, 외래어도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도 해야 한다. 정부는 바른 어문정책을 펴나갈 책임이 있고, 우리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정신세계의 뿌리'를 소중하게 가꿀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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