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방북허용 전후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 대한 남측 단체 대표들의 참석을 결정하기까지 정부는 고민을 거듭했다. 남한 단체의 참석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여론이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정부가 선뜻 나서 방북을 허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남한 정당, 사회단체에 초청 서한을 보냈고 지난 3일 초청장을 보낸후 7일에야 최종 결정을 내린 것만 봐도 이같은 고민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간의 교류를 통한 화해와 협력이라는 기본 이념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남측 단체 대표의 제한적 방북을 허용했다. 또 비판여론 못지 않게 정부가 사회단체의 방북을 앞장서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도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정당, 종교, 사회 단체 대표들이 방북 신청을 하더라도 승인 절차를 늦추며 참석을 막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북측이 '꺾어지는 해'라며 당 창건 55돌 기념일을 워낙 성대하게 준비해온 터여서 남쪽의 단체 대표들이 참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북의 초청을 앞장서 방해한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단체별로 3명씩으로 제한하고, 단순 참가를 조건부로 정치적 언동을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조건을 달아 방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8일 통일부에서 두 차례 실시한 안내교육 참가자 25명과 지원인력 등 방북단은 30여명으로 최종 결정됐다. 북측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방북단을 실어나를 특별기를 9일 오전 김포공항으로 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정부의 이들 단체 대표 방북허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식량차관 제공을 둘러싸고 성급함과 투명성 확보를 지적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초 방침을 바꿔 방북을 허용하면서 무원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번 방북단이 자칫 정부에 제출한 각서와 달리 북측 정치적 행사에 이용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사회단체 내에서도 일고 있다. 수사중이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람들의 방북 불허 방침에 따라 방북을 앞장서 추진했던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방북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렵사리 방북을 승인해 놓고도 이래저래 입장이 곤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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