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학의 변명-존 엠슬리 지음

쓰레기 소각장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를 넘어 방출됐다는 발표가 나오면 사람들은 조건반사적으로 들끓는 반응을 보인다.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질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는 인식이 생기면 사람들은 기를 쓰고 열정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다. 이 예에서 보듯 다이옥신은 현대인들에게 '저주받은 화학물질'로 통한다. 쓰레기 소각장뿐만 아니라 플래스틱 장난감, 모유, 비닐랩 등의 일상용품에도 망령처럼 들러붙은 다이옥신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돼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화학자 존 엠슬리는 이같은 현실에 안타까와하며 펜을 들었다. 다이옥신류 화학물질은 210가지나 되며 이 중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17가지로 이나마 현실에선 흔하게 접할 수 없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이옥신은 산불 발생시에 흔하게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 분석과학의 발전으로 이를 문제시하게 됐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화학의 변명'(허 훈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전3권 각 7천500원)을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편견과 오해로 가득 차 있으며, 긍정적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대표적 화학물질로 다이옥신을 비롯, PVC, 질소 비료, 콜레스테롤, 진통제, 이산화탄소, 향수, 감미료, 알코올을 예로 들고 있다.

건강의 적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의 경우 대부분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생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체내에서 만들어진다. 콜레스테롤을 떨쳐버리기 위해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을 흰 쌀밥보다 선호하나 흰 쌀에는 일반적 인식보다 많은 섬유소를 갖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잔 신경을 써야 하는 음식섭취 못지 않게 적절한 운동으로 덜어내야 한다. 감미료는 치아를 썩게 하고 살을 찌운다고 알려져 있지만 1990년대에 개발된 인공감미료 '자일리톨'은 아세설팜 당(糖)을 함유, 충치를 예방하고 살을 빠지게 한다.

존 엠슬리는 고대부터 연금술의 시대를 거쳐 19세기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화학이 20세기 이후 물리학과 공학에 밀리면서 천대받고 오명과 누명을 쓰게된 현실에 분개한 것 같다. 그는 연구 틈틈이 글을 써 100여권의 학술서를 발간, 과학저술가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화학의 변명'으로 1995년,과학저술가에게 주어지는 롱프랑상을 수상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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