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함께 21세기의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바로 '문화'다.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문화에 대해 보다 세밀한 시각으로 접근해보면 화두의 흐름 즉 문화의 지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시대 문화의 핵심 기제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당면 현안으로 '지역문화'와 '문화산업'을 손꼽는다. 이 두가지 테마는 우리가 거두고 가꿔야할 중요한 유산을 대변하고 있으며 새로운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대 국학부 임재해교수의 '지역문화와 문화산업'(지식산업사 펴냄)은 이런 테마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연구서다. 저자가 책머리에 밝힌 "민족문화의 텃밭인 지역문화를 제대로 가꾸어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학문의 시각과 경제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문화산업을 인문학의 시각에서 다시 조율하고 문화논리에 따라 창조적으로 구상해 보려했다"는 집필 의도는 이 책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와 문화산업을 둘러싼 환경과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문화위기'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상업자본가들은 문화산업의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지역문화의 전통을 상품화하기 위해 갖은 궁리를 다하고 있고, 사람과 문화가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할 인문학이 죽어간다는 비명소리가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다. 즉 문화의 세기에 인문학의 쓰임새가 없다는 것은 학문적 무능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인문학의 지식기반없이 문화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문화계 또한 상업주의적 발상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지역문화는 중앙문화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있고, 정치인이 문화행정의 주체가 되어 문화식민지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다. 또 문화산업의 핵심인 문화 '생산'은 문화 '상품'에 가려 본질이 퇴색되고 있으며 인문학의 창조력은 문화생산의 지식기반 확충에 기여하지 못해 문화산업의 활성화가 요원한 현실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가 서둘러 해야할 일들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방정부와 지방민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지식기반 확충과 문화산업 발전구상, 문화유산과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 지역축제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 등 문화산업으로서 지역문화의 재인식을 강조한다. 또 지역민들이 몫으로 문화적 현실인식을 바탕으로한 지역문화운동의 활성화와 지역문화의 연대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상업주의 극복이나 문화민주화 없이는 문화산업의 생산력도 숨죽고 인문학의 창조력도 메마르게 마련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문화를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틀지워 놓은 삶의 문법"이라고 정의한 임교수는 우리 문화를 둘러싼 제반 환경과 사람들의 인식이 보다 높아질 때 '문화의 세기'가 진정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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