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부산인데…" "부산의 달이 반달이야…" "부산에서 쫛쫛쫛를 만났어…"지금 영화인들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부산이다. 서울 충무로를 통째 부산으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주말인 지난 8일도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PIFF)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뤄 보행이 어려울 정도. 저마다 영화일정표를 들고, 연신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축제 현장의 맛이 물씬 풍겨났다. 인근의 맥주집, 노래방, 커피숍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감독들의 사인을 받은 입장권을 자랑하며 영화 이야기로 부산한 모습이다.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작 '밀리언 달러 호텔'의 상영이 막 끝난 부산극장. 600여 명의 관객이 빔 벤더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벤더스는 무대에 걸터앉아 흡사 잔디밭에서처럼 편안하게 한국 관객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영화 찍기에 너무 늦지 않나요?" 등 사소한 질문까지 성실한 대화로 일관하던 벤더스는 "지난 77년 이후 23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약속하지만 또다시 23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 관객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며 흥분했다. 8일 '감각의 제국'으로 유명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신작 '고하토' 상영장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한국의 영화축제를 떠나,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국내 영화인들, 영화팬들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부산을 한국영화의 중심도시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8일 영도대교에서는 4시간 가량 차량이 통제됐다.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의 '친구' 촬영 때문이었다. '친구'는 장동건 유오성 주연으로 부산에서 올로케이션되는 영화.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날 영도대교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올해 부산에서 촬영됐거나 촬영될 영화는 20여 편이나 된다. 소방관들의 사투를 그린 '리베라 메', 홍콩스타 여명이 주연한 SF 로맨스 '천사몽', 테러대책 부대 활동을 그린 '광시곡' 등 블록버스터만도 4-5편이다.
부산영화제가 얻어낸 부가가치 중 하나다. 몇 년 전만 해도 한해에 1편 찍을까 말까 했던 부산이었다. 부산은 영상 산업의 전망에 일찍 눈을 뜬 지방자치단체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영상위원회(위원장 안상영)가 발족돼 영화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가 노리는 것은 결국 영화도시, 관광도시로 얻을 수 있는 수입증대다. 예를 들어 '리베라 메'는 총 제작비 35억 원 중 20억 원 가량을 부산에서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시는 이미 영화가 디지털로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하고 디지털 영화 기자재 전시회와 세미나를 영상위원회 주최로 열고 올해부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달구벌축제 등 '집안잔치'에만 만족해 하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핵심을 못 잡는 가운데 부산시는 아시아의 중심 도시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6일 개막, 14일 폐막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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