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경산, 성주, 칠곡 등 대구 인근 지역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구로 전입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다른 시.군도 중.고교 진학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 시.군의 경우 실업계고는 물론 일반계고, 중학교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학과 통폐합, 학급 감축 등이 잇따르고 있으며 경북의 대부분 실업계고는 일반고나 통합고, 특성화고 등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경북지역 초등학생 수는 지난 96년 이후 올해까지 21만명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학생은 96년 13만7천여명에서 올해 10만2천여명으로, 고교생은 13만9천여명에서 12만500여명으로 감소했다.
경산지역에서는 해마다 초등학생 가운데 10% 안팎이 5, 6학년 때 대구 수성구 쪽으로 이사하거나 위장전입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칠곡군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지천면 신동초교의 경우 4학년은 41명이지만 6학년은 9명 뿐이다.
영덕, 청송, 울진 등지에서도 매년 10~30%의 초등6학년, 중3학년생들이 대구, 안동, 포항 등지로 빠져나가 중.고교마다 정원 채우기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농촌 이탈현상은 시.군의 교육환경이 워낙 열악해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 게다가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기.적성 교육, 수행평가, 보충수업 금지, 제7차 교육과정 등이 사실상 농촌 학교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도시 중심 정책이어서 교육환경이 개선될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대도시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안동의 한 중학교 교사는 "특기.적성 교육은 커녕 제대로 된 수업도 여려운 형편이라 학생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걸 보면 가르쳐볼 의욕이 사라진다"며 "실효성 있는 회생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농촌 교육의 몰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시리즈(상) '농촌학교 공동화 실태'
안동시 와룡면 감애리 강모(43)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둘째 아들을 지난 여름방학 때 안동시내 누님댁으로 혼자 떠나보냈다. 시내 중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전학시킨 것.
"자식놈은 제대로 공부를 시켜보려 했는데 면소재지 중학교는 올해 1학년이 고작 12명 뿐이고 교사도 부족해tj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조금이라도 교육여건이 좋은 학교로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농촌부터 중소도시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연고지 이탈과 농촌 학교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 교육청 직원, 교사들까지도 가세했다. 대도시 자녀 교육을 위해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것도 농촌 교육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청송군청 직원 483명 가운데 안동, 포항, 대구에서 출퇴근하거나 주말부부인 공무원은 1/3 가까운 150여명이어서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교육탈농을 부채질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농촌 학교 관계자들은 "불과 10년전에 비해 학급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고 향후 취학아동 감소 추세 등을 고려하면 5년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절반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송군의 경우 10개 초등학교의 5학년생은 333명이지만 6학년생은 297명. 6학년생들의 급우 가운데 33명은 지난해 5학년 학기말에 대구, 안동 등지로 전학을 갔다. 또 10개 중학교의 3학년 졸업예정 학생은 369명인데 비해 7개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279명뿐이다.
영덕군 내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외지 고교로 진학하는 비율은 무려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중3생 569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타지 진학이 예상돼 학교당 학급 수가 평균 8개에 불과한 지역 4개 공립고교의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학생부족이 가장 극심한 고교의 경우 존폐 문제를 고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경북의 고교생 숫자는 모두 12만500여명으로 이 가운데 3학년이 4만4천여명이지만 2학년은 4만400여명, 1학년은 3만5천여명, 내년에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있는 기계종고는 지난해말 신입생 모집 결과 정원 225명에 지원자가 고작 21명에 그쳤다. 이들을 3학급으로 나눠 억지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올해 지원자가 더 적어지면 학급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신입생 때문에 학교 운영에 허덕이던 영주공고는 마침내 내년부터 일반계고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수요가 급감한 상업계 고교는 대부분 폐교나 일반계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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