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돼온 남북대화가 최근들어 삐걱거리는 모습이어서 염려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장관급 회담과 적십자회담 등이 잇따라 열려오다 지난달 30일의 3차 장관급회담에서 식량차관에 합의한 것을 기점으로 접촉이 끊긴데다 남북간에 합의된 사항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8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2차 남북경협 실무접촉을 일방적으로 무기연기 했다. 그런가 하면 11월2일부터 4일까지 실시키로 한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후보 명단 200명 가운데 생사확인된 사람의 명단을 지난 13일 교환하기로 했으나 상부의 지시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다. 또 경의선 복원을 위한 군 당국간 실무접촉과 경협시찰단 서울 방문, 한라산 관광단 등의 합의 사항을 무기 연기하거나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
이처럼 북한측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인 자세로 바뀐 것은 속도조절의 필요성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북측의 '대화일꾼'의 부족에 따른 자연스런 귀결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북미관계가 급하다 하더라도 남북간에 이미 합의된 사항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한대서야 말이 안된다. 남북은 6월말 1차적십자회담 때 면회소 설치 등 구체적 사항은 '비전향 장기수가 전원 송환되는 즉시 협의해서 확정짓는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장기수가 송환된 뒤 열린 2차적십자 회담에서는 면회소 설치와 상봉의 제도화, 정례화를 12월의 3차적십자회담으로 미루고 이제는 아예 외면하고 있으니 이런 식의 남북대화가 계속돼야 하는지 의문인 것이다.
어쨌든 장기수를 전원송환하고 식량 또한 50만t이나 거저 주다시피한 이 마당에 '챙길 것은 다 챙긴' 북한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국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남북대화를 깨뜨리고 북한에 대한 남한 국민의 적대감만 증폭시킬 수 있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북한에 식량과 장기수 문제 등등 양보만 거듭해온 정부가 이번에도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때문에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 뿐…"이라며 북한측을 군색하게 변명하는 모습을 보며 왜 그렇게도 무기력한지 또한번 힐난하지 않을 수 없다.
저간의 사정으로 미뤄볼 때 궁극적으로 북한은 남한을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걱정마저 드는 것이다. 정부는 북측이 보이는 이러한 일련의 무성의한 태도가 내년 국방예산과 국방 중기계획과 관련, 남측 길들이기 차원의 것이 아닌지 면밀히 파악해서 대책을 세워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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