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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는 인생을 어떻게 지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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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8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홀.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가 이끄는 일본 필하모니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리고 있었다. 무소르그스키의 조곡 '전람회의 그림' 연주가 끝나자 일본 관객들 사이에서 박수 뿐만 아니라 '브라보'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일본에서 공연을 가져본 클래식 연주자들이나 대중음악가들이 '수줍어하고 소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신명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평한 일본 관객들의 속성을 감안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그날 연주회장에 모인 관객들 역시 평상시처럼 정중히 박수만 치려했으나 그들의 영혼을 파고든 연주에 압도돼 조건반사처럼 수줍음을 벗어 던졌던 것이다.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김홍재·박성미 지음, 김영사 펴냄, 230쪽, 9천900원)는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의 역경어린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음악적 재능에다 집념과 노력이 더해져 성공한 '인간 승리'의 이야기이다어릴때부터 음악에 빠진 김홍재는 변변한 음악교육 하나 받지 못한 채 일본 최고의 도호음대에 합격한다. 합격후 동기생들과의 격차를 느낀 그는 잠자는 시간을 빼곤 연습실에 살다시피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돈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해 쓰러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4학년이 된 그는 도호음대의 대표 지휘자가 되고 23세에 일본 최고의 음악상인 사이토 히데오 상을 수상한다. 이후 일본 최고의 지휘자임을 인정받는 와타나베 아키오 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그는 조선인 국적을 버리지 않아 해외 콩쿠르에 참가하지 못했으며 해외 연주회도 갖지 못하는 굴레에 빠져 있다. 이런 어려움속에서 세계적인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의 인정을 받고 윤이상에게 음악적 철학을 배우며 굴레를 뛰어넘게 된다. 그는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아셈 개막 축하공연도 지휘했다.

이 책은 조선 국적으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김홍재의 삶과 음악을 다루는 한편 우리 출판 현실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료이기도 하다. 인물에 대한 책은 글쓴 이가 인터뷰, 자료 수집 등 꼼꼼한 준비를 거쳐야 객관적이고도 극적인 내용으로 책읽는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치밀한 기획없이 아셈 지휘자 선정에 맞춰 지휘자의 구술에 많이 의존해 쓰여짐으로써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책읽는 맛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흠이다.

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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