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이재협(정치1부)

"유급제는 왜 합니까. 돈 안줘도 할 사람 줄서서 있을 텐데"국회에서 논란을 빚었던 지방의원 유급제(有給制)에 대한 대구시 모 간부의 일성이다.

평소 업무상 시의원들의 직·간접적인 이권 압력에 시달림을 받아왔다는 이 간부는 "이들을 보면 지역의 앞날이 더욱 캄캄해진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자질이나 역할론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의회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설들을 조금만 짚어보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추문들이 만약 사실이라면 의회는 집행부의 독주·독선을 견제하는 개혁세력이 아니라 시민들을 괴롭히는 또하나의 '구태집단'인 셈이다. 물론 지방의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려는 의원도 상당수다. 문제는 전체의 노력을 개인의 사욕으로 헛되게 만드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다.

그러나 소수가 빚어내는 파괴력과 부작용은 너무 크고 해악은 심각하다.

의원들의 추문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은 '설마 이 정도까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처음 느꼈던 '공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허탈'로 변해 갔다.

아침에는 집행부가 상정한 안건들이 '특혜' '졸속 행정'이라고 몰아세운 뒤, 저녁이 되면 '잘 봐 주겠다'며 흥정을 요구하는 두 얼굴. 지하철 붕괴 사고의 원인은 파악조차 못하면서 납품 관계가 있는 관급공사장의 부실시공 문제는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모습.

차라리 '의원 나리'의 신분을 살려 접대를 강요하거나 '무례'한 행동으로 존재를 과시하는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2조원이 넘는 막대한 대구시 예산과 시민의 앞날이 걸린 각종 현안사업들을 다룬다는 것이다.

우방 부도, 잇따르는 법정관리 신청 그리고 삼성상용차 퇴출 등 백척간두에 선 지역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대구 회생의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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