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라인 투표

핫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여론을 조사하는 온라인 투표가 즉시성을 띤 재미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표결과를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막걸리 한잔과 바꾼 투표, 빨랫비누와 바꾼 투표, 접대성 관광과 바꾼 투표가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첨단기기에 의한 여론조작과 선거부정 그리고 정보의 빈(貧)-부(富)자간 차별이 더 심화될까?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통령 선거투표가 한국시간으로 7일 밤 시작된 가운데,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사이버 민주주의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온라인에서 실시하는 '혁명적 시도'는 이미 샌디에이고와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시작, 지난달 27일까지 투표를 마쳤다.

컴팩 등이 지원하는 '온라인 투표' 계획에 따르면 새크라멘토와 캘리포니아 나머지 지역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컴퓨터를 이용, 투표를 실시했다. 특히 애리조나의 경우 7일 포닉스지역 대통령 선거투표소에서 온라인 투표를 함께 실시한다.

물론 아직까지 '온라인 투표'의 결과가 미국 대통령 선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년쯤 미국 40여개 주에서 '온라인 투표'를 공인, 각종 실제선거에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이번 '사이버 투표'는 전자민주주의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투표 지지자들은 마우스를 클릭하는 간단하고 새로운 방식의 투표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인터넷 주권의 실현으로 천문학적인 선거관리 비용도 들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지금은 온라인 투표 지지자들조차 일정한 투표소에서 '온라인 투표'를 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으로 공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투표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서 완전한 참여민주주의가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투표가 도입되면 컴퓨터를 활용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갈등이 커지고 선거과정까지 변화시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민주당은 지난 3월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온라인 투표를 도입, 4만여명을 참여시키는 성공적인 시연을 펼쳤으나 반대자들로부터 이같은 조치가 가난한 사람들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적 행위라는 소송을 감수해야 했다.

인터넷 정책연구소(IPI) 데이비드 체니씨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곳에서라도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를 원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올해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러브 바이러스' 같은 것은 컴퓨터에 침투시켰다가 투표당일날 작동시키는 경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 투표가 도입되면 새로운 선거부정이 활개칠 우려도 높다. 온라인 투표는 누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흔적'을 남겨 '돈선거'를 조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

선거통합프로젝트인 VIP(Voting Integrity Project) 데보아 필립스 회장은 "벌써 인터넷이 여론왜곡 등을 통해 선거에서 부정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며 온라인 투표의 도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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