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대 4년생들 졸업하기 싫다

경기악화와 기업퇴출 한파가 또다시 취업시즌을 강타하면서 대졸자들의 취업문이 완전히 막혔다.

대기업은 그룹 공채는 아예 없이 계열사별 최소 인력의 수시채용에 그치고 있고, 은행과 공기업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여 신규채용이 거의 없다. ?喚穩脩?2면

더욱이 대구·경북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은 연쇄부도로 3년째 공채가 단 한곳도 없고, 섬유, 자동차부품회사 등도 결원시 극소수 인원을 보충하는게 고작이며, 유통업도 한 백화점이 최근 15명을 채용한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대구·경북지역의 올 5만여 대졸예정자들은 사실상 일자리가 전무한 실정이며, 기업퇴출로 실업자들이 대거 쏟아질 내년 상반기에는 유례없는 취업대란이 몰아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각 대학 취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의 경우 최근 신입사원 100여명을 채용한 국민은행이 유일하며 증권회사는 현재 신입사원을 모집중인 대신증권 등 2, 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채용계획이 없는 상태다.

특히 하반기 채용계획을 세웠던 상당수 기업들조차도 여지껏 사원모집을 않고 있으며,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대다수 공기업들도 채용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또 벤처기업 역시 최근 부도여파로 채용이 크게 준데다 취업준비생들이 최근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벤처행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올 하반기 대졸 취업시장은 2만여명에 불과해 지난해 하반기보다 1만여명이나 줄었다"며 "더구나 기업퇴출 및 금융권 구조조정 여파가 미치는 내년 상반기에는 취업준비생들이 또 다시 장기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예년 같으면 취업준비생으로 붐벼야 할 각 대학 도서관도 요즘은 썰렁하다. "졸업하기 싫다"는 한 4학년 학생의 푸념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경북대 4년 안희득(25)씨는 "취업길이 꽁꽁 얼어붙은데다 대기업들의 수도권 대학 우대가 극심해 지방대생은 갈 곳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영남대 4년 이원욱(25)씨는 "공채하는 곳이 없으니 요즘은 도서관에서 4학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인터넷 검색실에서 실낱같은 취업정보를 뒤지거나 자격증이나 따놓으려고 각종 학원에 몰리는 현상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영남대 취업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 전문대이상 졸업자의 60%이상이 지역에 정착해왔다"며 "지역기업 채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올해 지역 대졸자 5만여명의 진로가 참으로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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