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말에는 존대말도 없잖아. 우리만큼 예절 갖춰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도 우리보고 말을 마구한다니, 그 사람들 뭘 몰라도 한참 몰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처럼 박혀있는 생각이다. 존대말이 한국어처럼 발달한 언어가 어디 있으며, 우리처럼 말을 깍듯이 하는 민족이 어디 있느냐는 고집스런 믿음. 저질 할리우드영화의 욕설장면 등으로 그들의 언어생활을 형편없다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럽과 미국 등 외국인들의 언어예절이 오히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보다 더 깍듯하며, 이같은 언어습관은 결국 개인의 신사적인 행동과 사회의 질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과 성정이 비슷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경우에도 반드시라는 말을 써도 좋을만큼 '∼해도 되겠습니까', '실례지만∼', '미안하지만∼' 같은 말들로 상대방의 양해를 구한 뒤 행동에 옮깁니다. 우리 말처럼 발달된 존대어는 없지만 조심스런 언어습관이 몸에 배 있어요"
5년동안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성악가 김정화씨는 타인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언어습관으로 인해 무례한 말로 기분이 나빴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함부로 비칭을 사용해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외국생활 유경험자들에 따르면 이른바 '선진국' 사람들은 언어사용의 정중함을 우선으로 삼고 이를 기초로 생활예절을 확립한다는것. 타인에게 폐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고가 조심스런 언어습관으로 뿌리내렸고, 생활속에서 남을 먼저 배려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
미국인 영어강사 마크 웨퍼씨는 "미국에선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대화할 때 어휘사용이나 목소리의 크기에 주의를 기울인다"며 "한국인들의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이상으로 크고 흥분하는 말투가 많아 싸움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필수(44·경북대 불문과)교수는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는 외국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을 의식하지도 않고 남의 말을 잘 듣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식이 올바른 언어 에티켓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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