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유권자들의 지지율과 선거인단 숫자의 확보가 일치하지 않는 사태가 122년만에 재연될 공산이 매우 높다.
◇투표엔 지고 개표에 이기나? = CNN방송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투표의 99%가 개표된 한국시간 9일 새벽 2시 현재 고어가 4천880만9천906표(득표율 49%)를 얻어 4천854만9천563표(48%)에 그친 부시 후보를 26만여 표 차로 앞섰다. 또 플로리다(선거인다 25명) 및 오리건(7명)의 선거 결과가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인단 확보 숫자에서도 260명 대 246명으로 부시를 눌렀다. 이제 남은 핵심은 플로리다. 부시는 그 1차 개표에서 289만9천136표 대 289만7천331표로 고어를 1천800여 표 차로 앞서 있다. 2천표도 채 안되는 표 차로 25명이나 되는 플로리다 선거인단을 전부 차지할 수 있게 될 참인 것. 재검표 등에서 뒤집어지지만 않으면 오리건주가 어떻게 되든 관계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그럴 경우 고어는 '득표를 더 많이 하고도 선거에서는 지는' 미국 역사상 4번째 대통령 후보가 될 전망이다.
◇근소차 접전들 = 최근 가장 치열했던 선거는 1960년 것. 민주당 케네디 후보가 닉슨 공화당 후보에게 유권자 득표로는 11만8천여표 차(49.7% 대 49.5%)로 이겼었다. 하지만 그때도 선거인단 확보 숫자는 303명대 219명으로 차이가 많이 났다. 닉슨은 그 8년 뒤 험프리 민주당 후보를 43.4% 대 42.7%의 근소한 차이로 눌러 설욕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선거는 1880년 선거. 공화당 가필드 후보가 민주당 행콕 후보를 불과 1천898표 차이로 눌렀다. 득표율은 같은 48.3%. 선거인단 확보에선 214명 대 155명으로 차이가 났다.
◇소수파 대통령 = 지금까지 국민의 표에서는 패하고도 선거인단 투표(혹은 하원 결선투표)를 통해 승리함으로써 대통령이 됐던 사람은 1824년 존 퀸시 애덤스 6대 대통령, 1876년 러더포드 헤이스 19대 대통령, 1888년 벤저민 해리슨 23대 대통령 등 모두 3명이 있었다.
전체 득표수에 관계없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같이 이변이 연출되는 이유는, 각 주 마다 배정된 선거인단 규모가 다르고, 또 특정 주에서는 단 한표라도 더 많이 표를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 때문이다. 이 방식은 네브라스카와 메인 2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에 의한 투표로 나뉘어진 미국의 대선 과정은 1787년 처음으로 채택됐다. 개인이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을 피하고, 각 주의 권한을 강화하려한 결과였다. 미국인들은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 헌법 개정 청원을 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1888년 이후엔 소수파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연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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