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티베트 하늘까지'
걷고 또 걷는 사색의 도보여행인 트레킹(Trekking).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군(山群)자락의 티베트는 태고적 자연의 정취를 듬뿍 간직한 지구촌의 외딴 지역. 그런 만큼 사색의 창을 열기 위해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의 트레킹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과거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 타고 집단이동한데서 유래한 트레킹이지만 요즘 트레킹은 도보여행은 물론 자전거나 자동차 또는 모터를 장착한 자전거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는 추세.
외국인들이 주로 즐겨 찾는 티베트 트레킹 코스는 수도 라사에서 세계 최고봉 초모랑마(8천848m) 베이스 캠프(5천200m)에 이르는 길. 이 코스는 라사~시가체~팅그리~쿠라고개~쩌쉬퉁~롱북사원을 거쳐 베이스 캠프에 연결되며 팅그리부터 베이스 캠프까지는 4천~5천m의 험난한 산길과 자갈 투성이 길.
열성적인 트레커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베이스 캠프를 지나 6천m까지 바위길을 오르거나 팅그리~니알람~장무까지 달려 국경을 넘어 네팔로 가기도 한다.
4천m의 팅그리를 떠나 5천50m의 통라산(通拉山) 고개를 거쳐 니알람과 국경지역 장무로 갈수록 고도는 낮아진다. 중국 국경 검문소와 네팔의 국경도시 코다리에 이르면 1천770m에 불과하다.
이처럼 라사에서 네팔 코다리에 이르는 동안 고도가 오르내리며 펼쳐지는 서로 다른 날씨와 풍경들이 트레커들을 즐겁게 한다. 히말라야 산군의 웅장한 파노라마와 끝없는 황무지 그리고 허허벌판.
목초지를 찾아 다니는 양떼와 소떼, 긴 털의 야크무리들. 검게 탄 목동들의 초라한 텐트와 건초를 잔뜩 실은 달구지 행렬. 듬성듬성 눈에 띄는 흙담집 지붕과 담벼락 위에 차곡차곡 쌓인 연료용 소똥과 말똥. 황량한 바람에 나부끼는 라마교 깃발들. 가을걷이를 끝낸 티베트 여인네들이 마을앞 빈 터에서 탈곡한 곡식을 바람에 까부르는 정겨운 모습들.
특히 팅그리에서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 가는 길의 5천m 쿠라 고개나 팅그리에서 니알람으로 이어지는 통라산 고개는 트레커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 고개마루 저멀리서 초모롱마를 비롯, 마칼루와 초오유·창체등 히말라야의 수많은 연봉(連峰)들이 흰눈에 뒤덮인 채 서로 내로라하며 뽐내는 장관이 펼쳐져 트레커의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고봉 아래 계곡 사이로는 빙하물이 사계절 끊기지 않고 흐르고 계곡 물가를 따라서 이따끔 나타나는 외진 마을들. 생명의 끈질김과 인간의 환경적응에 대한 놀라움과 경이감마저 느끼게 한다. 회색빛 그 빙하물에 뛰노는 티베트 어린이들 모습은 즐겁기만하다. 트레커들은 다른 세계에 온듯한 착각에 빠진다.
트레커들은 그러나 니알람과 국경도시 장무로 접어들어서면 내륙과는 색다른 경험으로 트레킹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티베트 고속도로로 불리는 707공로(公路)로 따라 갈수록 내륙의 맛과 환경이 끝없이 나타나기 때문.
드문드문 눈에 띄던 길가 풀과 나무들은 니알람을 지나면서 점차 빽빽한 숲으로 변하고 민둥산은 온데 간데 없다. 장무와 네팔 국경도시 코다리로 연결되는 공로를 지날 때 트레커들은 매혹적인 절경에 넋을 잃기 일쑤. 울퉁불퉁한 자갈길 옆은 천길 절벽. 절벽위 구름속에 묻혀버린 산봉우리는 보이지 않고 실같은 수십미터 폭포는 멈춘 듯 하얗게 떨어진다. 아니 떨어지는(落) 것이 아니라 날고(飛)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티베트 트레킹은 보통 한달정도가 걸린다. 요즘 일부 국내 여행사에서도 티베트나 히말라야등 고소지역에 대한 상품을 내놓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고소적응에 대한 대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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