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우차, 처리능력 한계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사상 처음으로 개표가 끝나고도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 바람에 성급하게 공화당 부시후보의 당선을 보도한 미국의 모든 방송이 정정보도를 하고 부시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냈던 고어후보가 취소 전화를 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사태는 25명의 선거인단을 갖고있는 플로리다주(州)의 개표 결과가 대통령 당선을 결정짓는 관건이었는데 그 최종 집계에서 누가 이겼다고 확정지을 수 없게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재검표 상황이 말해주듯 선거 과정에서부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대접전이었다. 그럼에도 시종 차분하고 합리적인 선거 과정이 두드러졌다. 우리처럼 '다혈질적' 선거풍토에 길들여진 눈에는 이번 선거야 말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성급한 당선 보도를 한 언론은 즉각 잘못을 인정, 부시 당선 보도를 취소하는 정확성을 보였고, 시민들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 재검표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말이 그렇지 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미국의 대통령이 플로리다의 1천700표로 판가름 났다가 또 유보까지 된것은 예삿일은 아닐 것인데도 두 후보진영과 시민들이 보인 신중한 모습은 바람몰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우리 풍토와 대비됐다. 어쨌든 당초대로 부시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는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남북 화해협력이 지지부진하거나 후퇴하지 않을까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시 후보는 힘에 의한 국제질서 회복을 내세우고 있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클린턴의 대북정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부시가 승리하면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북 정책이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고어가 만약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경우 대외 정책 기조는 클린턴 정부와 크게 다를바 없이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진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익 우선의 외교정책을 밀고 나가기 때문에 부시후보가 집권하더라도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정부는 누가 당선되든 낙관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키 위해 외교력을 강화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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