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의 실업대란 오나

대우자동차의 최종 부도처리는 국내 자동차산업 뿐 아니라 경제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자금력이 취약한 협력업체의 연쇄부도가 가장 염려스러운 점이다. 이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는 제2의 실업대란 우려마저 낳고 있다◇협력업체 연쇄부도

1~3차에 걸친 피라미드 구조식의 협력업체 중 상당수의 연쇄부도 우려가 높다. 협력업체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대우차의 어음결제가 동결됨에 따라 이후 이들 업체에 돌아오는 어음은 자체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규모가 큰 업체는 당분간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영세 협력업체는 연쇄부도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대우차 협력업체는 1차만 504개에 고용인력이 30만명에 육박한다. 2, 3차 업체를 포함하면 피해 예상업체수는 9천360여개, 고용인력은 60만명을 헤아린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납품실적은 쌍용차를 포함할 경우 1차 협력업체만 4조7천29억원으로 월 평균 3천919억원, 일 평균 174억원이나 된다. 특히 모든 생산량을 대우차에 납품하는 180개 업체의 타격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차 및 계열사 피해

대우차 가동률은 지난해 말까지 70%를 넘던 부평공장이 50% 밑으로 떨어졌고 군산공장도 현재 70%선에 그치고 있다. 마티즈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만 100% 가동 중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대우차를 외면할 경우 내수점유율이 크게 흔들린다. 지난해 평균 점유율은 27% 정도지만 올들어선 22%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대우차가 24.8% 지분을 보유한 대우자판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중공업 등 옛 계열사의 피해도 심각하다. 당초 창원에 국민차 생산라인을 갖추고 직접 생산도 했던 대우중공업은 해외 생산법인을 만들 당시 돈을 퍼부었던 대표적인 옛 계열사. 3조원에 육박하는 해외투자비용은 중공업이 종합기계와 조선공업으로 분할되면서 잔존회사에 남겨두었지만 조선공업은 창원 국민차공장, 종합기계는 군산상용차 공장 투자분 수천억원씩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차 직원, 불안감 확산

대구.경북지역 대우차 직원들은 8일 오후 회사의 최종부도 소식이 전해지자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회사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판매하락과 회사처리 방향을 우려하면서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대우차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기아 부도 당시 기아의 시장점유율이 한때 10% 밑으로 떨어졌을 정도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경북지역본부측은 "포드의 대우차 인수에 대비해 지난 8월 대구.경북지역본부를 대구와 경북으로 나누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대규모 인원감축에 대해서 "지역에는 공장이 없는데다 영업인력은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대량 해고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법인 축소 불가피

생산 13개, 판매 33개에 이르는 해외법인은 채무 상환 및 극심한 운영난으로 인해 상당부분 청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상황 악화로 3주간 공장가동을 중단한 폴란드 공장을 비롯해 해외 생산법인의 판매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우차가 자구계획을 통해 해외법인을 독립채산제로 운영, 고강도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수익성이 떨어지는 5, 6곳 이상을 정리할 방침을 표시했지만 판매 악화까지 겹칠 경우 청산되는 해외법인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M과의 매각협상

아직 GM과의 매각 문제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대우차의 부채상황이 투명해짐으로써 우발채무 발생에 따른 원매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업가치 하락과 매각주체의 협상력 약화는 단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진통을 겪고 있는 구조조정도 진행돼 GM측으로선 부담을 훨씬 덜고 대우차를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업체 중 영세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자로선 자연스런 통폐합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법정관리 이후에도 공장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엔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 GM으로선 가격협상에서 칼자루를 쥐게 된다. 인수 이후 가동 및 판매 정상화에 투입되는 비용이 큰 만큼 이를 인수가격에 반영할 공산이 크다는 것.

GM은 대우차 협상 전에 매각 절차와 방법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정밀실사와 협상을 병행할 전망이지만 올해 안에 이같은 절차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중반이나 돼야 GM에 완전 인수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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