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한글

"방송에서 고향 영양을 '밤의 도시'라고 하기에 설마 했습니다. 수년만에 고향을 찾아 커피 한 잔 마시고 티켓비로 5만원을 요구받고 보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지난 8일 출향인 이모(65)씨는 친구와 가진 술좌석에서 시킨 커피 한 잔으로 인해 기분이 엉망이 돼 버렸다.

이날 이씨가 커피와 함께 식당을 소개해 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다방 주인도 함께 오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가씨와 주인이 함께와 커피를 마시고 주인이 가게로 돌아간 후 주방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찾아온 것.

이씨는 1시간 이상 고향을 떠난 후 인생역정을 얘기했고 티켓비는 생각지도 못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계산 과정에서 두시간의 시간비를 요구받을 때만해도 분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방 아줌마까지 1시간 시간비를 요구하자 허탈과 분노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올 초 영양경찰서장은 티켓다방을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티켓 영업은 이중취업이라는 교묘한 편법으로 법망을 피했으며 최근에는 아가씨는 물론 주방 아줌마까지 티켓 전선에 나서고 있다.

얼마전 이같은 영양의 실태를 모 주간지에서 '밤의 도시, 환락의 도시'로 보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최근엔 모방송의 시사프로가 영양지역의 심각한 티켓행위를 보도했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인구 1만여명도 안되는 영양읍. 아가씨들이 한달에 2, 3회씩 의무적으로 외박해야 한다는 '찍고 20만원'의 신종 유행어까지 생기는 판국이다.

심지어 지역 지도층마저 공공연히 술좌석에 아가씨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산자수명한 영양이 '티켓 다방'에 멍들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의 무관심속에 '예와 문향'의 영양 정신이 퇴색되고 있다. 엄재진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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