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雪上加霜)'. 한해 매출 40억원, 직원 50여명의 소규모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사장은 요즘처럼 이 한자성어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없다.
삼성상용차의 퇴출소식을 들었던 지난 3일. 지난달부터 대금 결제가 시원찮아 걱정은 했었지만 막상 퇴출이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삼성'이라는 이름 하나 믿고 수억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갖춘후 비록 당장은 어렵지만 미래엔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생산에만 몰두했었는데".
남은 것은 빚과 재고뿐이지만 삼성상용차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한 것에 위안을 삼으며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생존권 확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데 이번엔 더 큰 몽둥이가 김씨의 뒤통수를 쳤다.
대우차와 한국델파이 납품으로 매출의 80%를 올리는 김씨에게 8일 대우차 최종 부도는 치명타였다. 나머지 매출도 쌍용납품분이라 언제 공중분해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함께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던 삼성상용차 부품업체 대표들이 이젠 절 위로해주는 형편이 됐습니다. IMF 이후 경기가 좋아지겠다 싶어 3억원을 들여 공장까지 증축했는데 눈 앞이 캄캄하죠.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너무 기가 막혀서인지 김씨의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했다.
회사 상태를 걱정하는 거래 은행의 전화도 부쩍 늘어났다. 이달말까지 막아야할 어음만 5억여원. 하지만 이번 일로 신용이 떨어져 대출도 불가능하고 어음 할인도 전혀 안되는 김씨에게 출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어쩌겠습니까, 끌고 나가야죠"라며 한숨만 내쉬는 김씨에게서 삼성상용차 퇴출과 대우차 부도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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