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소련이 1957년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 미국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곧 소련에 뒤진 이유가 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은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 이후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이 세계의 최강대국, 정보 대국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안겨주는가. 여러가지 여건도 문제지만 인재를 일찍부터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미국이 우뚝 서는 데는 큰 영향력을 미친 소수의 힘도 작용했겠지만 그 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지닌 재능을 최대한 개발하도록 교육한 제도적 장치와 그 제도에 힘입어 노력한 영재와 일선 교육자, 학부모들의 힘이 함께 어울어진 결과다. 큰 집에는 다양한 그릇이 있듯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적합한 '은사(隱私)'를 주셨기 때문에 그 잠재력과 역량을 찾아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수 학생을 일찍 발굴, 상급학교 입학 자격을 주기 위한 조기 진급.졸업제가 지난해 7월부터는 학교장의 재량만으로도 가능하도록 허용됐었다. 대학들도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선 초.중.고교의 무관심, 눈치보기, 업무 부담 외면 등에 교육 당국의 홍보 부족이 맞물려 영재교육은 여전히 겉돌고 있는 모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년에서 3학년, 3학년에서 5학년으로 건너뛴 조기 진급은 부산의 3개 초등학교를 포함해 8개 학교 8명, 초등 5년과 중등 2년 학생이 조기 졸업한 경우는 초등 2명, 중등 45명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지원자가 적어 연세대가 6명을 선발했으나 포항공대는 수시모집을 해도 지원자가 거의 없어 뽑지 못했다가 올해 처음 20명을 뽑았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현상은 청개구리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해야 할 것은 하지 않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목숨을 걸고 하고 있는 꼴이다. 과학 영재교육은 지리멸렬하고, 유아 영재교육은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과학 영재를 일찍 찾아내 길러내고, 대학의 다양한 선발 방식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일선 학교와 교육 당국은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