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가을은 사상 초유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로 달아올랐다. 하찮은 일상(日常)마저 놓치지않는 미국의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이같은 '중요 이벤트'를 그냥 흘릴 리 없다.
미국의 대통령을 문화상품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발걸음을 박물관으로 옮기게하고 있는 것.
스미스소니언 국립박물관은 오는 15일부터 '영광스러운 책무, 미국 대통령(Glorious Burden, The American Presidency)'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는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41대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소장했던 물건들을 보여주는 행사.
평범한 물건처럼 보이지만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가 워낙 막중한 자리인만큼 전시되고 있는 물건 하나하나는 미국은 물론 세계의 '역사'로 이어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해방'이라는 혁명적 결단을 내렸던 링컨의 소장품들. 링컨이 암살되던 날 밤 썼던 스토브 파이프형 모자와 그의 피가 묻은 와이셔츠커프스 등은 위대한 대통령의 최후를 보여주며 그가 1860년 대통령 당선 선서직후 찍었던 손의 형상도 전시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유품들이 후일 가치있는 물건이 될 것이란 사실을 오래전의 대통령들도 예측했다는 것. 토머스 제퍼슨의 경우,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를 쓰면서 사용했던 책상에다 자신이 죽기 1년전인 1825년 '가장 값나가는 물건이 될 것'이란 메모를 붙여뒀다. 이 책상은 결국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소장품 중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 미국 독립전쟁 초기 조지 워싱턴이 썼던 칼과 비상시 코드명령을 담은 클린턴의 핵가방이 그 좋은 예. 칼이 한 지역에 대한 제한적 평화를 의미한다면 가방은 전 세계의 평화를 움직이는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이밖에 조지 워싱턴이 과도한 분파·파벌주의를 경고하는 내용의 고별사를 쓰면서 사용했던 놋쇠촛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마이크, 빌 클린턴의 색소폰 등 다양한 물건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
한편 전시장 복도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부터 역대 미국대통령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스크린을 통해 대통령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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