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종택(51)씨가 등단 25년만에 침묵을 깨고 첫 시집을 펴냈다.
'보물찾기'(시와시학사 펴냄)는 대구시인협회장까지 지낸 그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마침내 거둬들인 첫 결실이다. 등단하자마자 시집을 내고 해마다 한 권
씩 보태는 솔가운 현실에서 시인이 이토록 오래동안 마음의 빗장을 걸어둔 이
유는 시에 대해 엄격한 자세를 지키려는 결벽증에 가까운 시인의 문학정신 때
문일지도 모른다.
첫 시집에 담긴 60편의 작품은 시인의 이런 순정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깊은 서정으로 고이 감싼 자기반성과 순수와 소박한 삶에의 갈망이라는 독백이 독자에게 아름다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평생 한 번도/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발목이 흙에 붙잡혀/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눈이 낮아/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내 마음속에/너무
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풀')
시인은 온갖 탐욕과 광물성으로 뒤덮인 세상에 등돌리고 서 있다. 비록 펴지
지 않고 구부러진 것, 바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지만 순수한 식물성의 세
계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본다. 그가 바라는 삶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을 없
애는 직선의 삶이 아니라 곡선의 삶, 구부러진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쓸쓸한 날 오르려고 구부러진 산길을 만들기'도 하고, '내가 가진 체온을 모두 버려서 세상 추위 한 부분을 헤쳐 놓기'도 한다.
그의 시는 고독하고 쓸쓸함에 때로 가슴 낮아지기도 하지만 '흙 묻은 신발 벗고 당신 만나러 갈 때 맨발에 닿는 감촉 꿈만 같다'는 시인의 독백처럼 우리
들의 삶에 조용한 반성과 안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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