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회공전 민주당 책임이다

민주당이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실력저지로 자동폐기 시킨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폐기되면 정국이 표류 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처리하면 내년 초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상황이나 그로 인한 어려운 민생문제를 외면한 것은 여당으로서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새해예산을 심의하고 공적자금에 대한 승인을 해주어 내년 2월까지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게 해야 할 때가 아닌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여당이라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정도를 걸어 국가적 위기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만 했었다.

이는 민주당내에서도 "차라리 표대결에서 패배한 것보다 더나쁜 영향을 당에 미칠 것"이라든지 "표결 합의 해놓고 왜 도둑질하듯 대응했나"하는 등의 자성론(自省論)이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민단체 역시 '의회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항의집회를 가질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 않은가.

사태가 이러하니 만큼 민주당이 펼치고 있는 '정치싸움으로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논리로 국민에 호소하는 정치회복 작전은 너무 명분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불을 질러놓고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논리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민주당이 내년 2월까지 모든 정쟁(政爭)을 중지하자는 제안 역시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20일부터 국회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고 민주당은 스스로 일정기간의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관망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어도 좋을 만큼 우리나라의 사정이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경제위기론만 내세우는 명분론을 버리고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과,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의 자진사퇴, 이만섭 국회의장의 자진사퇴 등에 한발 물러서는 타협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총장과 차장의 자진사퇴도 막힌 정국을 푸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과 같은 불명예스런 이유보다 정국 경색을 해결해주는 대의명분으로 사퇴하는 것이 우선 명분상으로도 나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만섭 국회의장의 처신도 기회주의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소신있는 국회의장의 면모를 한번 보여주었으면 그것이 이어져야지 한번으로 끝나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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