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중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청와대 비서진들의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 것이다.
한 실장은 『대통령이 시중의 여론을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처방에 대해 견해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현실을 모른다거나 측근이 직언하지 못한다는 건 거리가 먼 얘기다』며 『내가 비서실장으로 있는 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말을 청와대에 출입하는 모든 기자들이 듣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방지 기자들은 아예 간담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 실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를 위한 티타임을 갖자며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연락을 하고 지방에 본사를 둔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말로는 지방화 시대, 지방우대 정책을 외치면서도 정권의 핵심부가 여전히 '서울.수도권 우대, 지방 푸대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지방언론에 눈 감았다는 것은 청와대가 지역민심에 귀막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 단순한 사건에서 김 대통령이 민심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일단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면서 정권 핵심세력들은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고 남북이 첫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국민들이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불평이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일방적인 국정 홍보, 대통령 홍보만 하고 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니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리가 없는 것이다. 전근대적인 일방통행식의 의사전달은 무효과 내지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정경훈기자 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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