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어붙은 경기, 폭락한 농산물,한맺힌 농심은 연신 담배만

『수확기 막바지에 접어 들었지만 어느 작목 하나 생산비도 못건질 판이니 농사 지을 맛을 고사하고 어떻게 살지 참담한 생각만 든다』는 오모(56.안동시 녹전면 매정리)씨는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 물었다.

김장배추와 무 값이 폭락 했다. 최근 영양군 석보면 고랭지 채소단지의 배추산지가격은 300평 1마지기당 70만원선. 지난해 200만원선에 비해 무려 70% 이상 폭락한 것이다.

2주일 전만해도 100만원선은 유지했으나 본격 출하가 시작되면서 대풍작을 이룬 물량이 쏟아져 하루가 다르게 값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 가격은 김장수요 때문에 포기당 200∼300원 올라 700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나 산지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매기도 없어 배추가 지천에 널려있다. 폭락세가 지속되자 중간상인들이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영양군 석보면 옥계리 이모(56)씨의 경우 배추 1천200평을 중간상인과 출하계약을 맺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

안동시 도산면 원천·단천리와 풍산읍 안교리 배추산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밑질 것이 뻔해 중간상인들이 발걸음을 완전히 끊는 바람에 판로를 잃은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다급한 농민들이 배추를 경운기로 실어 인근 시장에 나가 직접 소매에 나섰지만 하루 품값도 나오지 않자 상당수 농가들이 수확을 포기, 밭을 갈아 엎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산때문에 가격파동을 겪었던 마늘값도 김장철 최대 수요기를 맞았으나 여전히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kg당 한때 3천원까지 거래됐던 의성지역 한지형 마늘값은 최근 1300∼1500원으로 50%이상 폭락한 상태다.

사과값도 형편없다. 22일 안동농산물도매시장 후지종 평균 경락가는 지난해에 비해 25% 정도 하락한 1상자(20kg)당 2만2천원선. 풍작 때문에 출하량이 넘쳐 향후 가격동향은 더욱 비관적이다.

의성과 청송지역산지에는 중간상인들이 어쩌다 한번씩 찾고 있지만 도매시장 경락가에 훨씬 밑도는 상자당 1만4천원 정도를 제시해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배.포도.단감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평균 30% 이상 줄줄이 떨어졌다.

안동농민회 하용락(47)씨는 『올해 농산물가격이 줄줄이 폭락한데다 총체적인 불경기로 인한 소비감소와 물꼬 터진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으로 내년 농사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 예상돼 농민들이 영농의욕을 완전 상실했다』고 낙담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여야, 농심달래기 한 목소리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해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고 한나라당도 특별법 제정과 함께 농수산업 경영안정 기금설치 방안 등을 내놓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은 23일 한갑수 농림장관과 이해찬 정책위의장 및 농어가부채경감대책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농가부채 해소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은 25조6천억원에 달하는 농가부채를 5~7년 분할상환하고 현재 11~12%대인 상호금융 금리를 정책자금 수준인 5~5.6%대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농어가부채경감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

특히 당정은 1천700억원에 달하는 농가부채 연체이자를 부채원금과 이자를 내는 조건으로 사실상 탕감시켜 불량거래자로 분류된 농민들의 금융거래를 정상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채무가 없거나 부채를 전액 상환한 농가에 대해서는 농기계 구입자금 등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부채를 정상상환하는 농가에게는 일시상환금을 줄여 형평성을 맞추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22일 총재단 회의를 열고 농가부채 경감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키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이 문제에 관해 자민련과 이례적으로 정책협의를 갖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7월 권오을 의원이 발의한 '농어업인 부채경감 및 경영안정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에 근거해 11~12%대인 상호금융 금리를 5%의 저리로 대체하고 농수산업 경영안정기금을 신설, 5년안에 2조원을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우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농가부채의 이자율을 매년 낮춰 4~5년내에 실질적인 부채 경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과 부채상환 기간 연장이 골자"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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