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의 두 그림자-죽어가는 노숙자,3D업체 인력난 여전

노숙자들이 차가운 밤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7시쯤 대구시 북구 칠성동 모 가구사앞. 김모(53)씨가 새시문에 기대어 싸늘하게 숨져 있었다. 10여년전 집에서 나와 칠성동 가구골목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해온 김씨는 이날 술을 마신 채 잠을 자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다음날 오전 6시30분쯤 북구 칠성동 지하철 대구역 광장 옆 공터에서 또 한사람의 노숙자가 신음을 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 119구급대를 불렀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현재 대구의 거리노숙자는 100여명. 이들은 대부분 역대합실, 시내 심야만화방 등지에서 잠자리를 해결하고 있지만, 지하철역 광장이나 공원 등지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도 20~3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하철 대구역 광장에 텐트를 치거나 지하철역 주변 구석이나 경상감영공원 화장실 뒤편 등지에서 이불 한 장에 몸을 맡기고 있는 데다 대부분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잠들기 때문에 동사할 위험성이 높다.

거리노숙자 종합지원센터(북구 칠성동) 박남현(34) 소장은 "불경기에다 건설 공사가 없는 겨울철까지 겹쳐 새로운 노숙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며 "노숙자들에게 미처 겨울을 대비하지 못하는 11월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 3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칠성파출소 자율방범대 김무근(50) 대장은 "통제를 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잠을 자기 때문에 오히려 가만히 두는 것이 안전하다"며 순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추위를 견디다 못해 쉼터나 쪽방으로 들어가는 노숙자도 적지 않다. 280명이 정원인 5개 쉼터의 경우 최근 20여명이 늘었지만 아직 80여명의 자리가 남아 있고 달성공원, 경상감영공원, 칠성시장, 대현동 부근의 반평크기의 속칭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도 250여명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월동기 노숙자 보호상담실을 운영, 노숙자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상담 및 쉼터로 갈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취침, 기상시간이나 음주금지 등 통제 사항 때문에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며 "인권문제 때문에 강제로 입소시킬 수도 없어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이어야 할 노숙자들 상당수가 일정한 거주지가 없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는 이유로 실제 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와 쪽방생활자의 경우 생계비, 의료문제 등 2개월간 긴급구호를 받을 수 있으나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3D업체 구인력 여전

불경기로 인한 구직난 속에서도 염색.직물.금속 등 이른바 3D업체들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부족해진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워 공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3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달성군 ㅎ섬유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주야 2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면서 당초 24명이던 내국인 근로자가 현재는 관리직원 등 4명으로 줄어들어 나머지 인원은 외국인근로자들로 메우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3교대시 70만원인데 비해 2교대를 하면 평균 110만원을 주고 있지만 근무가 힘들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이 다른 3교대 업체나 서비스 업종으로 이탈하고 있어 그때마다 구인광고를 내고 있지만 인원을 보충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인근 섬유업체들도 상당수가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쓰지 않으면 공장가동이 어려울 정도로 갈수록 국내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력보충이 어려워 주간근무만 하고 있는 성서공단의 ㄴ도금업체는 27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50대 근로자들이다.

이 업체에서는 야간까지 초과근무할 경우 최고 120만~130만원까지 보수를 주고 있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생산직 사원모집공고를 냈지만 20대의 젊은 신청자는 없었다"며 "작업환경이 열악한데다 미숙련직이 대부분이어서 평생직장으로 삼기 힘들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도금업체를 찾지 않는 것 같다"고 구인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또한 현재 4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이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를 늘리고 싶지만 업체당 배정 인원이 묶여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측은 "쉼터를 찾는 노숙자가 45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공공근로를 원하고 있으며 2교대를 주로 하는 3D업체로의 취업은 꺼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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