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내년 의보료 어떻게 될까

내년부터 적용할 의료보험료 인상폭이 빠르면 24일 결정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지난 21일 4차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견이 있어 24일 5차 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입은 줄고 물가는 오히려 오르기만 하는 가운데 정부가 의보료마저 또 올리려 하자 시민들의 분통이 터지고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24일 내년부터 직장의보는 최고 35.7%, 지역의보는 39%까지 인상키로 내정했으나 불만 여론을 우려, 20% 선에서 인상폭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 의보료 부담 추이

대구 ㅅ회사에 근무하는 최모(31·신천2동)씨는 지난 7월달 급여명세서를 보고 의보료가 오히려 내린 걸 알았다. 그 달 자부담은 1만8천535원. 6월에는 3만870원이었다. 그는 한달 급여로 103만여원 받고, 월 총보수는 132만여원이다.

의보료가 그같이 준 것은 지난 7월1일 의보공단 통합에 맞춰 직장 의보료 산정기준이 바뀐 뒤 나타난 현상. 종전에는 기본급에 대해서만 매겼으나, 지금은 상여금·수당 포함의 '총보수'를 과표로 삼고 있다. 그 대신 보험료율을 2.8%로 단일화 했다. 물론 이 2.8%를 종전 월보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3.4∼3.8%에 해당한다.

최씨는 대구 1지구 의보조합에 가입돼 있어서, 보험료율 3%이던 1998년까지는 매월 1만5천435원을 부담했다. 4%로 인상된 뒤 1999년 5월까지는 2만580원. 다음달 5%가 됐을 때는 2만5천725원. 12월에 6%로 오른 뒤에는 3만870원을 부담했었다.물론 모든 직장 가입자의 의보료 부담이 의보조합 통합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는 45%가 오히려 종전 보다 부담이 늘었다. 하지만 대구 경북지역 가입자는 거의 대부분이 줄었다. 종전 부담이 높았기 때문. 보험공단 대구본부 관계자는 "통합 이전 대체로 보험료율이 높았던 대구지역의 가입자들은 통합 이후 대부분 보험료 부담이 줄었으나,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많은 업체 종사자 10∼20%는 오히려 올랐다"고 전했다.

◇내년엔 다시 부담 증가

그러나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무원·교원 의보와 통합한 뒤 직장의보 요율은 3.6%나 3.8%로 다시 높여 단일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다면, 총보수의 2.8%를 의보료로 내는 직장인의 부담은 28.5~35.7% 늘게 됐다. 인상폭을 다소 줄일 것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서민 부담은 늘 수밖에 없게 됐다.

불경기에 고물가 상황인데도 의보료는 왜 또 올리려는 것일까? 당국이 들고 있는 주된 이유는 의보재정 적자이다.

의보재정 적자는 작년 경우 전국 지역의보가 3천283억원. 직장의보는 5천746억원에 달했다. 올해 당기 수지도 지역의보와 직장의보가 각각 5천437억원과 7천100억원 적자로 예상된다. 작년 3월 대폭적인 의보료율 인상으로 당초 흑자를 예상했던 공무원·교직원 의보도 729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수입 대비 급여비 지출 상황〈그림 참조〉을 보면, 보험료 수입은 1995년을 기점으로 지출 급여비에 계속 추월당해 있다. 추월 폭도 갈수록 느는 추세.

그러면 지출은 왜 느는 것일까?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서 사무관은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면서 병원 가는 횟수가 늘어났고, 의보 적용 범위 확대, 급여기간 연장 등에 따른 지출이 해마다 늘어 총수입이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들끓는 비판

그러나 '국민건강권 확보와 의료개혁을 위한 대구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들어 올 돈은 생각지 않고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보수가를 선심쓰듯 올리는 데에만 치중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비판했다. 올들어서만 의보수가를 3차례(4월·7월·9월)에 걸쳐 무려 23.27%나 인상했다는 비난이다.

의보료 징수율 부실화도 재정 악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 관계자는 "지역의보 경우 고소득 자영업군 소득 파악이 23%대에 머물고, 체납액만 1조2천억원에 달해 재정 압박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또 "98%의 징수율을 기록하던 직장의보도 최근들어 징수율이 80%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작은 단위조합이던 시절과 달라지자 징수에 책임감이 떨어진 결과로 추정됐다.

직장의보 노조 대구·경북 지역본부 이경희 본부장은 "이런 일을 우려해 의보통합을 반대했었다"며, "직장 가입자 돈이 다른 데로 흘러가게 됐다"고 말했다.

고소득자 소득 파악 실패는 의보료 부담 형평성 시비까지 부르고 있다. 대구 상인동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김모(45)씨는 "지역의보에선 연간소득이 500만원인 사람은 3만3천원, 1억5천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17만6천원을 내도록 돼 있다"며, "저소득층이 고소득층 보다 5.7배나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불평했다.

대구 참여연대 권혁장 부장은 "지역 의보료 인상은 국고 50% 지원 및 보험적용 확대 등 전제조건 해결 없이는 곤란하다"며, "고소득 자영업자의 완벽한 소득 파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의보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김종대(53) 교수(경산대)는 "지역의보료 부과체계는 정부가 임의로 만든 잣대에 불과하다"며, "이 시스템으로는 형평성 있는 올바른 기준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 구성 단위를 같은 생활권이나 기초 지방정부 단위로 종전 처럼 분할하는 것이 훨씬 효율성 있다"고 주장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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