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번은 필수, 100번은 선택". 취업 시즌을 맞은 대졸 취업 준비생들이 자조적으로 쏟아내는 한탄이다.
여러 취업정보 기관들에 따르면, 30대 그룹 및 금융기관들의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1만명 안팎. 교육부·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기존 대졸 실업자와 내년 초 대졸 예정자 등 올 한해 취업 희망자는 무려 35만명. 이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정규·계약·임시직을 포함해 겨우 8만5천여 개.
수치 대로라면 대졸자들 중 약 76%는 '유명한' 직장은커녕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고, 내년이라고 나아질 전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대구시내 한 대학의 91학번 김양택(29·가명·신천동)씨. 세칭 'IMF 학번' '저주 받은 학번'이다. 초교·중학교·고교, 그리고 대학까지 그는 늘 동기들 보다 한발 앞섰다. 누구 못잖게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잉여인간으로 규정됐다.
김씨는 1998년 2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여러차례 입사 시험을 봤다. 평균 학점 3.7에 토익 855점, 어디에 내놔도 별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격을 알리는 차가운 기계음이었다.
전공 공부를 계속 하고픈 마음도, 석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일단 IMF는 피하고 보자… 그렇게 2년을 보냈다. 드디어 꽤 쓸만한 영어 실력과 잘 관리한 학점에다 석사 학위까지. 자신 만만했다.
그러나 올해 기업들의 몸사리기는 IMF 시절을 능가하고 있다. 원서를 내 볼만한 곳도 제대로 없고, 어렵게 원서를 냈던 곳 중에서도 오라는 곳은 없었다. 석사학위 논문 심사를 며칠 남겨둔 며칠 전, 그는 드디어 호주 시드니를 향해 한국을 떠났다. 이번에도 또다른 희망,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면 나아지겠지….
경기도 평택의 한 전자업체에서 근무하던 이신동(28·대구)씨. 지난 6월 회사의 구조조정 여파에 휘감겼다. "무선설비 기사, 정보통신 기사… 자격증도 많고 젊으니까 갈 곳이 많지 않겠냐" 어처구니 없는 위로가 이어졌다. 입사한지 6개월만의 일.
그러나 회사 문을 나서고 보니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었다. 고향 대구로 내려와 취업정보 센터를 기웃거렸다. 3개월간의 우여곡절. 지난 달부터 공무원 공부로 방향을 잡았다. 계속 몰아치는 취업 한파, 언제 자신에게 기회를 줄지 조차 불투명한 기업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
이 겨울, 학교 문을 나서기는 하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그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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