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새로운 서정성 회복을 지향하는 중견시인들의 시집이 나란히 나왔다. 서림씨가 세 번째 시집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를 문학동네에서 냈고, 출향시인 김재진씨가 두 번째 시집 '연어가 돌아올 때'를 기탄잘리에서 출간했다.
서림씨의 이번 시집에 깔린 주된 정조는 짙은 서정성이다. 하지만 그에게 서정은 고통이다. 공허한 말의 진열이 아니라 읽는 이의 가슴을 깊이 울리는 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피가 돌고 눈물이 도는 진짜시 한 편 써내기'를 갈망한다. 이런 갈망은 마음 깊숙이서 말(言)의 칼날을 갈고 또 갈도록 재촉한다.
생활주변 평범한 사람과 일상과의 부대낌 속에서 진정한 '말'에 대한 성찰에 시인이 바짝 다가서고 있음을 이번 시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수근'연작과 각기 다른 시 제목으로 된 '이 세상의 방 한칸' 연작에서 비록 어둡고 우울하지만 진정성을 향한 단호함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첫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가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우울하고도 활달한 몽상의 세계를 그렸다면 신작시집에서는 '너'가 된 '나'아닌 모든 존재를 서로 연결해주는 말의 육체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절대적인 약속이 된 말을 통해 이 메마른 세상에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것이 서림 시의 향방이자 참다운 서정"이라고 평론가 방민호씨는 평가했다.
김재진씨의 신작시집은 조용한 풍경을 대하는 것처럼 화평스러운 분위기가 주조를 이룬다. 둔탁하지 않은 투명한 종소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 투명함 이면에는 고독과 슬픔이 그의 시를 지배한다.
마치 멜로 영화적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는 각 시편들에서 사랑의 감정이나 실연의 상처에서 오는 섬세함이 읽는 이들의 가슴에 잘 와닿을만큼 친숙하기도 하지만 시인의 절제된 언어가 그 속됨을 건져내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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