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새천년을 맞아 천주교가 전래된후 현재까지 200여년간에 걸쳐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문건을 발표하고 참회에 나선다.
천주교는 주교회의 명의로 된 '쇄신과 화해'라는 A4용지 한장 반 분량의 과거사 반성문건을 대림 첫주일인 오는 3일 발표하고 전국 각 성당별로 참회미사를 갖는다.
천주교의 이같은 과거사 반성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지난 3월 가톨릭교회가 2000년 역사에서 잘못한 점에 대해 전 세계를 향해 용서를 청한데 따른 후속조치적성격이 강하지만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주교는 문건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구한말 외세에 의존해 교회를 지킨 점에서 부터 해방후 냉전체제를 일방적으로 옹호한 점 등 모두 7개항에 걸쳐 반성하고 "참회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문건은 "우리 교회는 세계정세에 어둡던 박해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교회를 지키고자 한적도 있었으며,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했다"면서 "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혀 황사영(黃嗣永) 백서(帛書)와 병인양요사건 당시 외세에 의존하고, 안중근 의사 의거를 살인으로 규정하며, 독립운동을 홀대한 과오 등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문건은 또 "광복이후 전개된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빚어진 분단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한다"면서 "지역과 계층,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는데나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문건은 이어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때도 많았으며,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 문화적 가치와 사회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천주교가 밝힌 '쇄신과 화해'라는 과거사 반성문건 요지.
대희년과 함께 새 천년이 시작됐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도 "과거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이라면서 교회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는 모범을 보였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완수한 구원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도록 부름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사명을 다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 이런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 하려한다.
1. 우리 교회는 세계정세에 어둡던 박해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적도 있었고,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여러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했다.
2.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3. 광복이후 전개된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빚어진 분단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점을 반성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마음 아파한다.
4. 우리사회가 지닌 지역과 계층,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나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했음을 반성한다.
5. 집단이기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등이 팽배한 사회풍조속에서 하느님께 창조된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데 미흡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도록 충분히 이끌지 못했다.
6. "섬김을 받으러 온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때가 많았다. 때때로 우리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풍조를 따르는때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7.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 문화적 가치와 사회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고백한다.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아울러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한다. 우리는 참회를 통해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위해 노력하겠다.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2000년12월3일 대림 첫 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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