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특보단 간담회 발언

청와대에서 4일 열린 민주당 총재 특보단 오찬 참석자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현 정국상황에 대해) 침묵하지도 않았고 모르고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김 대통령은 특히 당초 1시간30분으로 예정된 회의시간을 30분이나 늘려가며 회의 말미 30분동안 현 시국과 대처 방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특보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질책성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한 '겸허한 검토'를 통해 "연말까지 심사숙고해 기대에 부응하는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며 국정쇄신 구상 일정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특보단의 민심보고와 국정쇄신책 건의에 "여러분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얘기를 한 것에 충분히 공감하며 위기의식을 나도 느낀다"고 수용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먼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넘어야 할 산도 있고 건널 물도 있으나 그런 장애가 있다고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분명히 가야 할 길은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가겠다", "지금 칭찬받는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끝나고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하는 의원들에 따라 표현은 다소 달라도 지속적인 개혁의지를 강조했다.

특보단장인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 대목에 대한 김 대통령의 언급을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원칙있는 정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의약분업도 지금은 국민이 불편해하지만 훗날 개혁정책으로 평가할 것인 만큼 당대의 평가에 만족하지 말고 비록 10%의 지지율로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개혁을 밀고나가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민심이반 현상에 관한 보고에 김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하다보면 실업자가 많이 나타나고, 또 의약분업이나 교육개혁 등의 상처들을 돌보는 데 소홀해 중산·서민층의 상처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그런 가운데 아직 강력한 기득권 세력이 자꾸 부추기고 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원인분석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통령은 "다만 공기업 구조조정이 좀 느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국전력노동자들이 (노사협상 타결로) 거국적인 결정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신문에는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나오는데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확률은 있다"고 위기의 수준을 진단하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있게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갖기를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또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고 다른 참석자는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지난 2일 청와대 오찬회의를 가진 최고위원과 이날 오찬을 함께 한 특보단에 대해서도 질책성 당부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을 선출한 뒤 당을 맡겼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자꾸 나한테 갖고 오니 답답하다"면서 "당이 마치 무기력한 것처럼 보도되는데 가뜩이나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조직이 제대로 안되고 분란이 있다면 안될 말"이라며 최고위원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당내 단합을 촉구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특보단에 대해서도 "특보단이 의기소침해 자꾸 문제라고만 하지 말라"며 "특보로 발령된 이후 나한테 보고서나 메모 한번 준적 있느냐. 신문에 나지 않은 이면적인 일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소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특보들이 하도 세게 얘기해 내가 대통령 눈치까지 봤을 정도인데 김 대통령은 '나도 신문에서 봤다'며 이미 모두 알고 있더라"고 전하고 "김 대통령은 '(개혁과정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느냐.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보다 우수하므로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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