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로써 미국 대선이 실시된지 만 한달이 됐다. 현재 상황은 플로리다 주 대법원 판결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시피 한 것. 이런 가운데 플로리다 주 선거인단 선임 시한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박두했다. 어떤 형태로든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 없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 목장에서 정권인수 작업에 몰두했던 부시는 한국시간 6일 새벽 텍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시비가 조기 종결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고어가 어떤 일을 해 나갈지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의 법정투쟁이 모두 해결될 때까지 각료 임명은 유보되겠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정부에 기용될 인물 발표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날 처음으로 CIA 관계자들로부터 안보 브리핑을 받았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수석 안보보좌관과 만나 인수작업에 관해 논의했다. 그는 "체니 부통령 후보가 정권인수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그의 선거본부 대변인은 "부시는 주 순회법원의 사려 깊고 포괄적인 수검표 기각 판결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솔직한 반응을 전했다. 베이커 법률팀장은 "주 법원의 어떠한 판결도 연방 대법원의 명령에 구속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차기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앤드루 카드 전 교통부장관은 "법적 문제가 정리된 이상 백악관 참모와 내각 명단이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부시 선거본부는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의미로 정권 인수 웹사이트(www.bushcheneytransition.com)를 개설, 수천개의 행정부 일자리를 안내하는 등 의욕이 넘쳐 보였다.
○…고어는 한국시간 6일 새벽 백악관 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전히 내가 당선될 것으로 낙관한다" "낙관적인 것 이외의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시종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으며, 벼랑 끝에 몰린 인상은 전혀 주지 않았다.
그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자신에게 불리했다고 보지 않으며 수작업 재개표 요구를 기각한 리언 카운티 솔스 판사의 판결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세미놀 및 마틴 카운티 부재자 투표 무효 소송도 주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측근 고위 관계자들도 고어 진영에 항복 조짐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메릴랜드 출신의 미쿨스키 상원의원은 "연방 대법원 판결은 우리를 다운시켰지만 KO시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버지니아 출신인 짐 모런 하원의원은 "고어가 가고자 하는 데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MSNBC 방송은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의 승자는 대법원 자신"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 판사 9명은 당초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으나 "당파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전원일치 판결을 내리면서, 그 대신 "제한되고 잠정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방송은 또 "민감한 사안의 판결 때는 가능한 한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격언에 대법원이 충실했다고 분석했으며, 법률 담당기자는 "이번 판결문이 다수의견을 쓴 소위 '서명된 의견'(signed opinion)이 아니라 단순한 '법원 의견'이다"고 지적, "이런 형태는 판사들이 대선 시비 같은 사건에 관해 결정할 준비가 아주 안돼 있을 때 통상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공을 넘겨 받은 주 대법원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NN 방송의 법률문제 분석가는 "연방 대법 판결은 선거 집계 전 이의 제기에 관한 것이고, 플로리다 순회법원의 논란표에 대한 수검표 요청 기각은 선거집계 후 이의 제기와 관련된 것"이라며, 따라서 연방 대법원의 파기 명령이 주 대법원의 수검표 요청 상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고어측은 "주 대법원이 수검표 수용을 결정할 때 투표자의 의도를 가장 중시했던 만큼, 수검표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도 주 대법원이 연방 대법원 지적대로 법률적 근거를 보완한 뒤 수검표 인정 쪽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연방 대법원과 같은 날 고어측 수검표 인정 요구를 기각했던 샌더스 솔스(59) 판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솔스 판사는 민주당원이지만 1989년 공화당 주지사에 의해 법관에 임용됐다. 플로리다 제2지구 수석판사로 재직 중엔 '중죄인 법정 벌과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법원의 권한 확대를 꾀했다가 여론의 집중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998년에도 한차례 말썽을 일으킨 후 11월엔 법원 행정관 한명을 해고했다가 자신이 쫓겨 났다. 그 후 그는 순회법원 판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59년 제퍼슨 카운티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1966년 플로리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주정부 재무부 및 보험감독원, 주 법무장관실 등에서도 일한 바 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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