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듀!2000 문화계결산(1)-미술

2000년도 국내 미술계는 한마디로 지속적인 경기악화와 미술시장의 바닥모를 침체양상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같은 미술시장 상황은 지난 90년대 이후 계속돼온 것이기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특히 체감지수가 한층 악화됐다는 미술계의 여론이다.대구.경북지역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시회 숫자는 예년보다 약간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수년간 누적된 미술시장의 불경기 여파로 인해 유명작가들의 작품조차 가격이 50% 이하로 뚝 떨어졌나 하면 관람객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일년내내 거의 전시회를 열지 않은, 개점휴업 상태의 화랑도 적지않았는 등 전반적인 위축 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도 심각했다.

화랑 관계자들은 "요즘은 전시회 기간중 전시작의 30%만 팔려도 적지않은 성공인 셈"이라며 "그나마 작품가격 자체가 크게 떨어져 작가와 화랑, 모두가 힘겹다"고 토로한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지역의 미술시장 여건은 또한 지역 미술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전반적으로 영세규모인 지역 화랑들이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해 새로운 실험성과 작품성이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데 소홀하게 되고 미술애호가들로부터도 외면받아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올해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이인성 미술상'이 제정됐고, 20세기 향토 미술을 회고하는 취지의 대규모 전시회가 열렸으며, 대구미술광장 개관 등 굵직한 미술 이벤트들도 있었다.

국내 서양화 도입기의 대표적 작가인 대구 출신 화가 이인성을 기리기 위한 '이인성 미술상'은 상의 성격에 관한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한국 미술문화를 이끌 역량있는 작가의 발굴과 격려라는 차원에서 제정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당초 지난 11월 첫 수상자가 나올 예정이었던 것이 심사과정상의 우여곡절 등으로 12월초 현재까지 수상자가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세기 향토미술을 돌아보고 21세기 지역 미술문화의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대구미술 100년전'(11월 12일-26일)은 작고.현존작가 등 모두 355명의 작품을 대구문예회관 10개 전시장에서 전시하는 매머드 전시회로 지역 미술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주최측인 대구미협측의 허술한 기획과 준비로 인해 지난 100년간 향토미술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아 관람객들을 실망케 했다. 더구나 일부 작고작가들의 전시작품을 둘러싼 '위작' 시비로 큰 흠집을 남기기도 했다. 작고작가들의 작품은 논란을 빚을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 주최측인 대구미협이 사전검증에 소홀, 모처럼 의미있는 전시회를 훼손시킴으로써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전시회'가 됐다는 지적도 받았다.또한 대구미협이 지난 10월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개관한 '대구미술광장'은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전시 공간으로서, 지역 미술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열린 미술교육의 장으로서 출발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다양한 대안 미술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지역 미술계 인사들은 "올해도 전반적인 사정이 어려웠지만 당분간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럴 때일수록 작가와 화랑,미술단체들이 개척자의 정신으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