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입의 계절에

올 한해 우리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고갔던 의약분업 사태도 서로에게 얼마간씩의 상처를 남기고 일단락된 것 같다. 수능시험 성적표를 받아드는 대입 수험생들을 보면서 그 혼란스럽던 의약분업 파동이 의대나 약대를 가려고 마음먹은 학생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싶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 중에는 아이를 의대에 보내려고 할때 곧잘 내 얘기를 예로 들곤 한다.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쥐사건'이다. 중학시절, 교실에 갑자기 쥐 한마리가 나타났을때 한 아이가 곧장 책상 위로 올라가버렸다. 바로 나였다. 그만큼 겁쟁이였던 내가 피를 수시로 봐야하는 의대에 진학했으니 주변 친구들에겐 아닌게 아니라 화젯거리가 됐을 것이다.

의약분업 사태때 젊은 의사들이 발표한 "10년을 외부와 담쌓고…"라는 호소문처럼 대학시절은 공부와의 전쟁이었다. 종일 수업하고 매일같이 시험을 치니 친구들은 다 잃어버렸다. 모두들 정신이 나갈 정도여서 어떤 아이는 실습용 심장을 가방에 넣고 집에 가버리기도 했다. 여학생들도 멋을 부리기는 커녕 세수조차 제대로 못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본과 2학년때였던가, 며칠간 친구집에서 밤샘 공부를 했더니 친구어머니가 "의대가 사람잡겠다"고 걱정하시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훗날 돌아보니 그렇게 힘든 대학생활에서도 유익한 것을 많이 얻을 수가 있었다. 친동기들보다 더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고, 병이라고 걱정했던 나의 문제들이 실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란 것도 알게 됐다. 잠이 부족할 때는 언젠가 죽음 후엔 실컷 편히 잘 수 있으니 살아서 많이 움직이자는 생각을 하고서는 깨달음을 하나 얻은 듯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했다.

의약분업사태 이후 자녀를 의대에 안보내겠다는 몇몇 부모들의 말을 떠올려보면서 그 일이 의료인력 양성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하고 혼자 걱정을 해본다.

경동정보대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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