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달라진 인선 방법

21일 오후 단행된 민주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주요당직에 대한 인선은 발표 순간까지 최종 낙점자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이는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인선안을 확정해 당에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고위원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인선절차가 전환됐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복수 인선안을 주고 최고위원들과 논의토록 한뒤 협의 결과를 전화로 보고받고 최종 낙점하는 방식을 택해 최고위원회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오후 5시께 당사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인선안이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가지고 들어와 최고위원들에게 "갑자기 소집해서 미안하다"며 기자들에게도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짤막하게 말한뒤 곧바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당3역 인선안은 개별적으로 검토되기보다는 출신지역과 경력 등에 따라 상호 연동하는 패키지형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고위원들은 1시간 이상 후보들의 면면을 검토하며 격론을 벌여 단순한 '추인' 이상의 '심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물론 김 대통령의 의중이 최고위원들에게 설명됐고 최종 결과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인선절차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자연스럽게 협의기구에서 심의기구로 사실상 격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관련, 김 대표는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강의 그림을 그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인사지침을 받아서 다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한뒤 전화로 승낙을 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면서 "협의과정에서 갑자기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고, 박병석(朴炳錫) 전 대변인은 "당에서 마련된 안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신임 당직자들을 당사 대표실로 불러 환담한 자리에서 "경기·인천이 소외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1천만명이 넘는 인구 비례를 고려했다"면서 지역안배가 중요 변수였음을 밝힌 뒤 "이만한 인물들이라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철저한 보안속에 인선심의가 진행된 가운데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들은 당 주변에 나도는 각종 '설'에 하루종일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고 당직자들도 당정쇄신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분석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5명 가량의 후보가 거론됐던 사무총장에는 정동채(鄭東采) 기조위원장의 발탁설이 나돌았으나 최근까지 하마평에 거의 오르지 않았던 재선의 박상규(朴尙奎) 의원으로 낙착되자 당직자들은 물론 본인조차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면서 "젊은 초선들 뿐만 아니라 야당생활을 오래 한 원로들의 의견도 존중해 화합을 이루겠다"고 밝혔고, 한 당직자는 "박 총장의 발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동교동계 2선 후퇴로 복잡해진 세력구도 속에서 절묘한 절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발표 직전 "재력이 있고 포용력도 있는 인물이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 막판에 총장후보로 거론되던 박상규 의원의 기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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