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면 서울로 가자"
지역 경기가 침체되자 기업이나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일거리를 찾으려는 '골드러시'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건설업종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법정관리 중인 청구는 대구의 분양시장이 냉각 상태를 보여 신규 사업을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에 아파트 공사 3건의 수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건설업체들도 수주 담당 임직원들이 민관급 공사를 따내기 위해 수시로 서울과 수도권지역으로 출장을 다닐 정도이다.
청구는 법정관리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경제 규모가 큰 서울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울지사를 폐쇄하지 않은 결정으로 덕을 보고 있는 것.
설계.감리업체인 동우건축은 감리 중인 현장이 대구엔 4곳인데 반해 서울에는 10곳에 이른다.
이 업체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전까지 지역 물량을 소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나 이젠 역전된 셈이다.
홍호용 동우건축 사장은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일거리가 없는 대구와 달리 서울에는 꾸준히 물량이 나오고 있어 지역의 상당수 업체들이 서울 정보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대행.리서치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넷은 지난 9월 온라인 마케팅 및 여론조사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의뢰.상담의 거의 서울 지역 기업으로부터 이뤄졌다.
이쌍규 리서치넷 대표는 "앞으로 서울시장의 비중이 더 비대될 것으로 예상해 관련 업체 상당수가 서울에 사무실이라도 마련할 움 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대행사들도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지역 업체들의 아파트 분양 광고가 끊기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일 정도이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현재 수주 물량의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확보한 것이다"며 "서울에서 대형 업체들과 경쟁이 쉽지 않지만 죽은 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대구에서 10년째 학원 강사 생활을 한 김모(33.여)씨는 일하던 학원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 달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자리를 옮 겼다.
김씨의 '서울행'은 사교육 시장이 풍부해 대구에서 강사를 하는 것보다 수입이 2배 정도 많을 것이란 친구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보습학원 강의 외에 낮에는 회사원들을 상대로 영어회화 강의를 맡고 있다"며 "대구에서는 부업거리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서울은 시장 환경이 훨씬 좋다"고 귀뜸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전모(30)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구의 한 설계사무소에서 3년간 일했는데 더 이상 일거리가 없어 퇴사한 뒤 서울의 벤처기업에 취직했다.
전씨는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받으며 경기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버텨봤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아 서울에서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구하게 됐다"며 "대학 동기와 후배 중 상당수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로 갔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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