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지난 2천년 -길고 긴 질곡의 역사를 어둠에 묻고 대망의 새세기를 밝힐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새해 새 아침이지만 우리에겐 세월의 의미를 반추해볼 그런 화려한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다. 이 한해는 우리 7천만 한민족에겐 그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현실적 의미'가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아닌 파탄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우리 민족의 역량으로 기필코 살려내야 하는 것에 있다. 이 절체절명의 경제회생을 새해 소망으로 기원하면서 우리의 잘못된 자화상도 함께, 진실로 반성할 것을 다시금 주지(周知)시키지 않을 수 없다. IMF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건국 이래 최대의 '국가위기'를 우리는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위.아래없는 혼연일체로 1년반만에 그 웃불을 가까스로 끄고 그 과실(果實)을 따먹는 심정으로 잠시 방심해 버렸다. 그 자만이 부른 화(禍)는 IMF 관리체제보다 더 혹독한 대가를 지금 우리는 치르고 있다.
그런대로 돌아가던 기계소리가 멈춘 공장들이 늘고 짧아졌던 실직행렬이 다시금 길어져 가고 노숙자들의 고통, 중산층의 추락은 주식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가히 '경제공항'에 직면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내 몫만을 챙기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심 등이 모여 총체적 '도덕적 해이 현상'이 속출, 우리의 국민 정신마저 썩게 하는 무서운 병리현상은 점차 심화돼 가고 있다. 이 모든 게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의 오만, 거짓, 위선, 오판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은근과 끈기의 민족, 숱한 외침의 수난을 딛고 일어선 선영들의 그 혼을 면면히 이어받은 한민족의 역량을 이제 다시 발휘해야 한다. 그 불굴의 민족정신으로 우리 앞에 가로 막고 있는 '피폐해진 경제'를 우리는 기어코 걷어내고 후손들의 귀감이 돼야 한다. 더이상 비켜갈 공간도, 피해나갈 시간도 우리에겐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겐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던 이 '굶주림의 치욕'을 말끔히 씻고 다시금 세계로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한다.
거의 초속(秒速)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디지털문명이 이 지구촌을 급속도로 휩쓸면서 인간 삶의 패턴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그 도도한 세계대열에 한발이라도 늦게 들여놓으면 우린 또한번 19세기의 문명후진국으로 회귀하고 만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고 그 짧은 시간이나마 쪼개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영원히 낙오하는 민족이 되고 만다. 그러기위해선 우선 경제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정확한 진로를 정하고 그 진로를 향해 일로매진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한참 진행되고 있는 금융.기업구조조정도 이런 합리적인 바탕위에 순조롭게 완결해야 한다. 합리성을 결여한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임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소모전만 낳았는지를 정부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 사전검증이 절실함을 깨달아야 한다.
개혁이란 이름아래 준비도 없이 밀어붙였다가 혹독한 시련과 대가를 치른 '의료개혁'은 정부나 국민들에게 교훈을 남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경제개혁엔 한치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이게 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의 원천인 것이다. 그 순발력이 지금 우리들에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 '경제회생'에 오히려 걸림돌이자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가 진실로 바로 서야 한다. 국회의원 숫자에 의존하는, 거짓과 위선으로 순간을 모면하는 그런 '술수의 정치'는 이젠 정말 청산해야 한다. 지난 총선의 민의대로 대화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말로만 외칠게 아니라 실천으로 그걸 보여줘야 한다. 여기엔 대통령의 대국적인 결단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는 대통령이 누구이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색깔이 변하는 그런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인 통치의 독선도 이젠 지양돼야 하고 더욱이 인치(人治)는 법치(法治)로 반드시 그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국민들은 아직 '금 모으기'에 동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정치지도자가 그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오늘의 민심은 그들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이다. 이 멀어진 민심을 끌어당기는 관건은 바로 믿음의 정치-바로 그것임을 위정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행동으로 그걸 보여야 한다.
남북문제도 '기본이해와 교류'의 터전이 마련된 이상 더이상의 집착은 일단 접고 뒤로 넘겨 놓아야 한다. 독일은 아직 동독의 상대적 빈곤문제를 해결못하고 있다. 그건 바로 '국민적 합의'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보다 더 급박한 국내 경제문제를 제쳐놓고 남북문제에만 집착할 겨를이 더더욱 없다는게 국민정서이다. 이걸 무시하고 '통일 이라는 민족숙원 앞에 무슨 딴소리냐'고 정부가 아무리 다그쳐 봤자 '국민들의 냉소'만 더욱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하게 제목소리만 내는 사회갈등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도 절실한 과제이다. 이에는 우선 우리사회에 원로가 없다는 게 그 원인이자 또 그 해결책 이기도 하다. 이는 구조조정이 나이든 사람부터 잘라 숫자 맞추기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의 결말은 법원의 결정을 공화.민주 양당의 원로들이 거들어 해결 해낸 그 사회구조를 우리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결국 우리경제를 살리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기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우리는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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