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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기자의 시네마&라이프-'터프가이'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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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가이 너마저도…"주로 영웅주의적 캐릭터로 나왔던 멜 깁슨이 사고로 인해 여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영화 '왓 위민 원트'에 나오자 한 신문이 뽑은 기사제목이다.

'왓 위민 원트'에서 멜 깁슨은 여자 상사의 아이디어를 훔쳐 승승장구하는 속물같은 남성으로 나온다. '매드 맥스''리썰웨폰'의 터프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온갖 기행을 벌인다.

콜트 45구경 권총 대신 마스카라를 들고, 화약냄새 묻은 가죽점퍼 대신 스타킹을 신어보는 등 이제까지 모습을 180도 회전시켜버린다.

멜 깁슨 뿐 아니다. '대부''분노의 주먹''비열한 거리''택시 드라이버''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히트'…. 배우 여정의 대부분이 강렬한 카리스마로 점철된 로버트 드 니로. 그도 '애널라이즈 디스'에선 신경쇠약에 걸린 마피아로 나와 눈물까지 찍어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개봉되는 영화의 남성들은 대부분 부드럽고 녹록하고 코믹하다. 여자의 아이디어나 훔치고('왓 위민 원트'), 아내가 없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욕조에서 청승을 떨고('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부의 아버지에게 호되게 당하고('미트 페어런츠')… . '박하사탕'과 '단적비연수'에서 고함을 내지르며 강렬함을 뿜어내던 설경구도 청승스러울 정도로 힘이 빠진 나른한 은행원으로 나온다.

한때 미국영화는 영웅주의 영화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서부와 전쟁터, 우주를 누비는 영웅담은 관객에게 대리만족이란 알싸한 맛을 선사했다. 브루스 윌리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케빈 코스트너, 실베스타 스텔론…. 이들의 요즘 배역을 보면 과거의 강한 남성상과 거리가 멀다. 해리슨 포드는 '왓 라이즈 비니스'에서 아내 몰래 바람피우다 결국 애인을 죽이는 파렴치범으로 나온다.

한 개인의 이미지 변신이라기 보다 마치 하나의 조류처럼 보인다. "총을 던지지 않고는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없다"는 멜 깁슨의 말에서도 절박함이 엿보인다. 더 이상 파워풀한 남성으로서는 살아 남을 수 없는 뜻이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주위에 강한 이미지 보다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CF나 드라마도 그런 남성들 일색이다.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황야를 누비던 영웅은 이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는 모양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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