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불구속기소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야당의 방탄국회 등 정치적 걸림돌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은 그동안 현역의원 신분인 정 의원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때문에 안팎으로 고초를 당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2월 소환에 불응한 정 의원에 대한 체포 작전이 무산되면서 서울지검 고위 간부들이 돌연 경질됐는가 하면 미묘한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검찰이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검찰은 대외적으로 이번 기소를 '장기미제 일소' 차원 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 고소.고발 사건은 지난 88년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과 관련된 명예훼손 사건 등 10년 넘도록 후유증을 앓아온 정치적 사건들도 포함하고 있다.어차피 정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체 파악을 위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명분으로 기소를 미루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데다 일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임박해 있다는 문제 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오는 2월 평검사 인사를 앞두고 주임검사가 또한번 바뀌어야 할 상황인 것도 이번 전격기소의 한 요인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정 의원을 굳이 불러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었다"며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자는 취지"라고 거듭 설명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엄정한 법집행을 고수한다는 '원칙'을 재삼 강조했다.
정 의원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은 현재 24건에 이르며 정 의원은 그동안 23차례의 검찰 소환에 불응해온 상태였다.그러나 정 의원에 대한 검찰의 전격 기소 이면에는 사건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색채를 조기에 희석시키고 야권에 대한 압박 내지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 의원에 대한 사건 처리를 미룰수록 검찰이 정치적 상황을 충분히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정치권 풍향계에 따라 정 의원에 대한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일부의 관측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최근 안기부 예산 선거 불법 지원 사건을 둘러싸고 야당이 법무장관을 상대로 탄핵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이를 차단해 보려는 포석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안기부 선거 자금 수사의 경우 검찰이 '좋은 소재'를 갖고 시작했지만 돈을 받은 정치인 200여명에 대한 조사가 유야무야되는 등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피해갈 돌파구 마련이 현실적으로 시급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결국 정 의원에 대한 기소를 전격적으로 단행함으로써 검찰 안팎에서 쏟아지는 의혹의 눈초리와 부담을 떨쳐버리고 법원에 '뜨거운 감자'를 떠넘기는 수를 선택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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