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실세 국회의원의 청탁을 거절하고 수사를 강행한 경찰간부 2명에 대해 보복성 좌천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젠 정치권이 경찰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으로 경찰에 '직무유기'를 강요한 국민적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건 전말의 보도를 보면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장(경정)과 반장(경위)이 지난해 9월 수원시내 모호텔 대주주인 변호사와 상무 등 호텔간부 4명의 사기혐의에 대한 수사를 집행중에 여권실세 국회의원비서로부터 잘봐달라는 부탁전화가 왔을뿐 아니라 경찰청 간부와 서장 등 경찰간부들까지 줄줄이 나서 수사상황을 일일이 묻는 등 압력이 가해졌으나 두 경찰간부는 이를 뿌리치고 수사를 강행, 상무를 구속하고 변호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게 사건의 개요이다.
입건된 변호사는 검찰에서 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다시 서장은 수사간부에게 "자신이 있느냐" "죽을 각오가 돼 있으냐"며 다그쳤다는 얘기도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4명의 혐의자중 3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입건됐기 때문에 이 수사는 극히 정당한 수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경찰간부에겐 설사 수사절차상의 사소한 잘못이 있었다하더라도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이 된다. 그런 경찰관들에게 왜 좌천인사라는 보복을 가했는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이 인사는 여권실세 국회의원의 말을 안듣고 또 서장에서부터 경찰청간부 등의 압력을 뿌리친 '괘씸죄'에 걸려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의혹제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선 이무영 경찰청장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이게 사실이라면 두 경찰간부에겐 오히려 포상을 하고 '경찰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관의 용기를 북돋워줘야 할 경찰청장 입장에선 그 직위를 걸고 이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그것은 15만경찰의 사기가 걸린 문제이자 이미 전 경찰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더욱이 지금 한창 경찰개혁을 추진하는 마당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매장해버리면 누가 경찰직분을 지키려고 하겠으며 그 결과는 민생치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세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도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경찰에 직무유기를 종용한 것이면 그는 의원자격이 없다. 여당대표도 이점에 유의,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 조처가 있어야함을 다시금 환기한다. 이런 반개혁적 행위를 두고 개혁을 외친다는 건 모순이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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