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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인터넷-(14)ISP 불법정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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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불법정보가 떠돌고 있다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업체는 얼마만큼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최근 영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팔려나간 쌍둥이를 두고 영.미 부부가 서로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 사건(본지 22일자 23면 보도)을 계기로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ISP의 '법적책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정부는 '쌍둥이 매매사건' 이후, "입양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동등하게 적용된다"며 "영국내 ISP업체들이 입양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해외입양을 더욱 엄격히 하는 법안을 서둘러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76년 영국 입양법은 지방정부나 보사부의 승인을 받은 자선단체에게만 입양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터넷 쌍둥이 매매의 경우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 '쌍둥이 매매 정보'를 인터넷상에 유통시킨 ISP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또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ISP가 '쌍둥이 매매 정보'를 유통시켰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을까.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그 속성상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이뤄지는데다, ISP가 직접 제공하는 정제된 정보 이외에 '자유게시판' 형태로 누구나 마음껏 정보를 유통시킬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숙제에 부딪히게 된다.

영국정부도 ISP가 자사의 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모든 영국 ISP가 그들 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당장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비합리적이며, 우리는 그렇게 비이성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정부나 여론 등에 의해 인터넷상에 불법적인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ISP가 즉각 행동을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과 인터넷의 특징 사이에 '화해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전세계 네티즌의 '합리적 이성'에 맡겨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포털사이트 야후의 '나치 기념품' 경매사건도 비슷한 사례. 프랑스 법원은 나치 기념품이 야후를 통해 외국에서 경매되는 것을 프랑스인이 보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했지만, 야후는 나치 기념품 경매가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자 모든 나라에서 경매를 중단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잘못된 자료나 불법적인 정보가 곧바로 삭제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내년도 EC 전자상거래 이사회는 '일반적 정보유통 수단으로서 ISP는 그 시스템을 통과하는 정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채택할 예정이다. 결국 불법과 타락으로부터 인터넷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법이 아니라 전세계 네티즌의 '합리적 이성'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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