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유권자를 3단계로 분류하고 이를 토대로 영입.홍보활동을 벌인다는 '2001년 조직강화 지침'을 만들어 시달한 것은 참으로 때가 잘못되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당이 당원을 늘리겠다는 데 누가 뭐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 인가.
온 나라가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시점이다. 이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시점에 집권여당이 당원 수 늘리기에 나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잘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는 없게 된다. 여당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은 물론 여야가 이를 놓고 한판의 성명전 등 정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경쟁적으로 당세 확장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 유권자를 우호, 중립, 친야(親野)로 나누고 이를 토대로 차별적으로 영입.홍보 활동을 벌인다는 것이고 보면 음모적 냄새도 지울 수가 없다.
또 조기선거 열풍이 불 수도 있고 당원 영입과 관련, 돈 바람이 불 수도 있다. 200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솔솔 선거바람이 불려고 하고 있는 때가 아닌가. 당연히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금 안기부자금 등으로 정치자금이 문제가 되어 있는 터수가 아닌가. 가령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입당하면 10만원을 줬다는 설(說)이 있다. 지침대로 당원이 330만 명으로 불어난다면 자그마치 3천300억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추산은 근거가 약하다 해도 어떻든 상당한 돈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그리고 민주당이 강한 여당을 목표로 이러한 구상이 나왔다면 정말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여당이란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지지를 얻는 것이 강한 여당이다. 강한 정치로 성공을 거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전 총리의 경우이다. 모두가 인기주의(포퓰리즘)보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이룬 성공이다. 대처 전 총리가 말한 합의의 정치보다는 신념의 정치라는 구호가 바로 강한 정치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현대그룹에 대해서는 국익과 시장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그런 것은 강한 정부가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정쟁(政爭)지양을 선언했고 김중권 민주당 대표는 무(無) 파행 국회를 선언했다. 모두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당원 늘리기와 같은 타이밍이 맞지 않은 구상은 그만 두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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