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고향 집 우리 집초가 삼간 집

돌탱자나무가

담 넘겨다보고 있는 집

꿀밤나무 뒷산이

버티고 지켜 주는 집

얘기 잘하는

종구네 할아버지네랑

나란히 동무한 집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소나무 같은 집.

-권정생 '우리 집'

◈산업화 이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70년대 새마을 운동 이후 농촌의 초가가 모두 개량되었다, 집 문화도 아파트로 대거 변모하면서 우리들의 생활양태도 도시화되었다. 격절과 분리, 도시적 삶의 다른 이름이다.

올 해 유난히 눈이 많았다. 눈 치러 나오라는 아파트 관리소의 수 차례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겨우 한두 사람만이 눈 치러 나올 만큼 인심도 변했다.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아파트 단지 속에 누워 어머니의 손을 놓고 떠나 온 고향집을 그려보는 것도 현재의 내 삶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은 될 것 같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