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는 동서양의 정서를 아우르는 퓨전식 판타스틱 오락SF물이다.
홍콩 누아르와 컴퓨터 세대를 겨냥한 화려한 테크놀로지, 초인(超人)사상은 단순 오락물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워낙 만화같아 처음 볼 때 다소 황당하다고 느꼈지만,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인공 자궁에 갇혀 인공지능(AI)의 에너지원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설정이다. 척수에 박혀 있는 관을 통해 인간의 에너지가 외계 생물체로 옮아간다. 말하자면 인간이 외계인의 숙주인 셈이다.
그러나 인간은 가상체험을 통해 현실과 똑같이 느낀다. 이 같은 설정은 '에이리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매트릭스'가 워낙 비주얼한 영상으로 전달해주다 보니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끔찍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식의 철학적 질문은 고급 SF물에서 간혹 등장하는 주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산성비 쏟아지는 미래에도 이런 근원적 의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크 시티'라는 '메트로폴리스'의 표현주의적 무대와 '헬레이저'에 등장했던 악마 캐릭터를 섞어 넣은 이색적인 SF영화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자정만 되면 모든 인간의 기억이 정지되고 그 시간동안 외계인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주입시킨다는 설정이다. 다음날 깨면 아무런 기억 없이 새로 바뀌어 설정된 기억으로 살아간다. '매트릭스'처럼 인간은 외계인의 손아귀에서 그들의 입맛대로 살아가는 숙주인 것이다.
이런 얘기로 긴 '사설'을 늘어놓는 것은 "우리가 숙주가 아닌가?"라는 상상력의 발로(?) 때문이다.
LPG 차를 사니까 LPG값이 오르고, 디스 담배로 바꾸니 그 담배값이 최고로 많이 인상되고…. 물가는 하루가 멀다며 오르는데 샐러리맨의 월수입은 갈수록 줄고, 시쳇말로 뼈빠지게 일을 해도 행복은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키워드가 됐으니 말이다.
IMF라는 '인공자궁' 속에서 고통스런 날들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 그런데도 지난주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재산이 줄어든 이는 적었다. 17개 정부부처 장관중 11명이 지난해에도 순조롭게 재산을 불렸다고 한다. 이 사람들 외계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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