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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초봄, 아직 녹지않은 땅을 뚫고 삐죽이 고개 내미는 연녹빛 어린 싹들에게서 봄을 느낀다.

청도의 우리집 뒷동산에는 복숭아밭이 있다. 이른 아침 산책삼아 뒷동산에 올라섰다. 복숭아나무 밑에 뿌려진 두엄에서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촌로의 바쁜 손길이 봄을 일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몇 해전 이곳에 처음 왔을때 큰 마음공부를 했던 때의 일이 생각난다.

"아제요,뭐 하시는교?" "보면 모르나. 가지치기 하고 있다 아이가" 이웃집 아저씨가 막 싹을 틔우려는 복숭아 가지들을 날카로운 톱으로 베어내는 중이었다.

"조금만 베어내지 왜이리 뭉텅뭉텅 베는교?" "어허, 이사람, 이래야 나무가 되는기라"

얼마 지나 잘린 나뭇가지 위로 잎이 돋고 연분홍 도화가 피어 봄의 절정을 이루었다. "아제요, 뭐 하시는교?" "보면 모르나? 꽃 솎아주고 있제" 어여쁜 꽃들을 이리도 무참히 따버리다니…. "조금만 솎아내지 와이리 많이 솎아내는교?" "어허, 이사람, 이래야 열매가 되는기라"

또 얼마가 지나 꽃잎 진 자리에 작고 여린 열매들이 맺혔다. "아제요, 뭐 하시는교?" "열매 솎고 있다 아이가" 갓 맺힌 열매들을 무참히 따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만 따이소. 아까워 죽겠구만…" "어허, 이사람, 이래야 가을에 실한 복숭이 되는기라. 자네 같으면 쪼맨하고 양만 많은 복숭이 좋겠나?"

가을이 되어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를 한 입 먹으니 아저씨왈 "어떻노. 맛있제. 이제 알겠나?" 그제사 그리도 매정하게 잘라내고,따고,솎아내던 농부의 손길이 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좋은 열매를 위해 당장의 아픔과 욕심을 이겨내는 지혜를,진정한 나눔의 법칙을,양보다는 질이 중요함을,조화와 균형,공과 사의 분별,절제하는 삶을 그 농부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새 봄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가지치기를 할 때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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