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시장개척단의 허실(2)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국내 업체끼리의 경쟁 및 현지 바이어에 대한 일방적 정보 유출.

이란에 있는 KOTRA 테헤란 무역관에는 올해 4개 지방자치단체가 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그나마 이곳은 해외 무역관 가운데 '시개단' 파견 횟수가 적은 편이다.

문제는 많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지자체가 서로 파견 지역을 달리 하거나 아니면 같은 지역이라도 최소한 업종은 달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한 도시에 국내의 다른 지자체들이 앞다퉈 나가다 보면 우리는 비싼 돈을 들여서 안방에 앉아 있는 바이어들에게 중요한 정보만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

이로 인해 특정 업체와 서면 계약까지 한 바이어가 다른 지자체를 따라온 '시개단'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서슴없이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이번에 서남아 시장개척단으로 나갔던 (주)보광의 윤원보(46) 사장은 "바이어가 놀랄 정도로 국내 시장 현황을 설명하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데 뒤에 보면 '시개단'의 일원으로 국내에서 비슷한 업종의 업체가 다녀간 사실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끼리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업체들도 "연초에 파견지역을 놓고 KOTRA 및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여 중복 파견을 가능한한 없애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협조하지 않는 지자체는 KOTRA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하면 문제가 없어진다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최소한 대구.경북지역만이라도 이런 협력을 한다면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

서로 '시개단'을 파견할 때 상대 지역 소재 업체들도 받아 들이고 파견 지역도 조정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KOTRA 관계자들의 충고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이 바이어들을 만나는 것도 '시개단'이 보완해야 할 점. 현지 KOTRA 무역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팩스 한두번 교환한 것만 갖고 바이어를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은산업 안도렬(49)사장은 "참가업체들이 현지에 가서 최소한 업종 관련 도.소매시장을 먼저 둘러 본 후 그 나라의 제품 수준과 가격을 알고 바이어를 접하면 상담에 훨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일정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한층 효율적인 상담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바이어 확정도 최소한 3개월 전에는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서신교환에만 한달이상 걸리므로 이를 감안해서 바이어 명단이 확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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