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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사장' 박진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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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할 수 없어. 밥이나 할 것이지…"광고회사 애드코인을 운영하고 있는 서른 네살의 아줌마사장 박진향씨는 오늘도 출근길이 고달프다.

네거리서 신호대기하다 한 박자 늦은 출발을 했다고 뒤에선 연신 경적을 울려댄다. 백미러를 통해 본 뒤 운전자의 얼굴에서 들리지 않는 욕설이 날아온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나?

이렇게 또 박사장의 1일 전쟁이 시작됐다. 대상은 남편도, 세상 모든 남자도, 비즈니스도 아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래, 정신 바짝 차려야지. 한 가정의 주부로서, 업체의 대표로서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 사회가 아닌가. 업무는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 회의가 많은 회사는 망한다는데…. 다행인 것은 광고회사다 보니 회의가 아닌 업무미팅이 많다는 것이다. 아침회의도 10분이면 끝난다. 어쨌든 하루는 왜 24시간 뿐 일까? 36시간이면 일에도 숨통이 트이고 점심도 꼬박꼬박 챙겨먹을텐데.

사실 박사장은 광고주와의 미팅이 없으면 점심은 건너뛰는 경우가 더 많다. 밥보다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미장원에 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외에는 시간도 없을뿐더러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오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여섯 살 난 아들녀석과의 전화통화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꼭 지키는 원칙이다. "하루 세 번 통화하며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정에 맡겨 떨어져 살지만 늘 엄마가 옆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 육아 노하우죠". 다만 옆에서 늘 챙겨주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 뭐, 그렇다고 미안한 게 이것 뿐 일까.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이 소홀할 수도 있다는 게 늘 가슴아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활면에서 푸근하고 정감 있는 아줌마로서의 역할이 부족하다. 불룩 솟은 뱃살만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왜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까? 경상도 남자들이란….

사회생활을 하는 기혼여성은 가정이라는 또 하나의 직장을 가진다고 했다. 그래도 박사장은 나만 손해보는 게 아닌가 억울해질 때도 있다.

"퇴근시간요? 그런거 잊은지 오래됐어요"

모임 약속때문에 오늘도 저녁시간을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밤이면 또 하나의 장애물에 부닥친다. 접대문화와 학연·지연 등 남성중심의 인적 네트워크가 발목을 붙잡는다. 남자고등학교 동창회에 돈을 내고라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이라도 군대에 지원을 해볼까?

가끔 비슷하게 사회생활하는 여성들을 만나면 공통의 푸념부터 늘어놓는다. "가사와 육아문제가 마음의 짐이라면 술자리에서 해야하는 영업은 여자이기 때문에 져야하는 현실의 짐 입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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